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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추천 김경미 어긋난휴가

 

 

 

여주 하빈

남주 류산

 

본지 얼만 안된 소설이고요 잼나요 강추합니다

여주가 비밀요원이고요 남주는 중국인이고요 재벌이에요

여주가 작전중에 우연히 남주를 만나고요 그렇게 헤어져요

그리고 납치를 당한 장소에서 여주를 다시만나요

남주가 여주를 보호하려고 하고요 자기집으로 데려가요

여주는 상처가 많고요

그런 여주를 남주는 보듬어주려고해요

그리고 나중에 납치도 당하고 이런저런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둘이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요

주인공들의 직업도 좋고요 잼나요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남주도 멋져요 여주한테 올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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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니 안단테안단테

 

 

 

여주 채모란

남주 제갈윤

 

여주랑 남주집안이 아는사이에요 둘다 부잣집이고요

둘이 결혼을 시키려고 해요

여주는 어릴적에 아픈상처가 있고요

남주는 바람둥이에요

둘이 결혼하게 되고요

서로 점점 좋아하게 되요

그리고 해피엔딩으로끝나는소설이에요

전반적인 스토리는 참좋더라고요

근데 별루였어요 생각보다

넘 유치하고 지루하더라고요 2프로가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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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속오일시장맛집 전국식당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 다녀왔어요

볼거도 많고 먹을거리가 정말 많더라고요

저녁에 왔고요

저녁을 먹으려고 왔어요  

 

메뉴가 많더라고요

그날은 칼국수가 땡겨서 해물칼국수를 주문했어요

 

 

이렇게 나왔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했어요 시원하더라고요

해물이 들어가 그런지

 

 

 

나오기전 부침개를 주시더라고요

맛나더라고요 암거두 안들어있는데요

반찬도 나름 먹을만하고요 가격도 나름 저렴하고 괜찮은거 같아요

함 가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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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베스트 진양 콘판나

 

 

 

남주 언조

여주 서진

 

진양님 소설은 많이 봤는데요 생각보다 별루여서 별루 안좋아했어요

근데 이 소설은 잔잔하니 아련하니 정말 잼나더라고요

추천이 많은 이유가 있었던거 같아요

남주가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날라리처럼 살아요 술집을 운영하고 있고요

여주는 평범하고요 커피를 좋아해요

그리고 커피숍에서 알바를 하고요

둘은 동창이고요 여주가 남주를 짝사랑했어요

다시 만나서 여주가 고백하고 사귀게 되요

남주는 장난이였고요

나중에 진심이 되요

그리고 여주가 떠나요 남주가 그뒤로 변하고요

다시 만나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요

정말 강추하는 작품이에요

진양님 소설중에 최고인거 같아요

달달한 장면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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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관광지추천 약천사

 

약천사는 이번에 두번째 방문이네요

다시 와도 좋네요

날씨도 참 파랗고 좋죠 ㅎㅎ

 

 

 

조계종절이고요 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ㅎㅎ

절이 대게 웅장하고 좋더라고요

 

 

깔끔하고요

 

 

주변에 경치도 좋아요 연못가도 있고요

사진찍기 좋더라고요

나무들도 많고 새들도 날라다니고

저번에는 앞에 큰 주차장으로 왔었는데요

이번에는 뒤로 왔어요

앞길이 더 넓고 좋더라고요

제주도에 왔음 한번 꼭 가보세요 좋아요

중국인관광인들도 많이 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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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일본순정만화추천 병아리

 

 

 

우연히 보게 된 만화고요 잼나게 보고 있어요

키작은 여주와 키큰 남주에 사랑이야기고요

남주가 무뚝뚝하면서여주를 잘챙겨줘요

그리고여주는 부끄러움을 잘타고요

어쩌다보니 사귀게 되요

나름 달달하고 잼나더라고요

제목도 넘 귀여워요

제목처럼귀여운 사랑을하고요

인터넷으로 보니까 돌아다니는 파일이 많더라고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고요

ㅎㅎ

꼭보세요

그림체도 나름 괜찮고 스토리도 좋은 거 같아요

 


에르메스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순진하게 중얼거렸다. 키노는 아무 말 없이, 테라스에서 몸을 내밀듯이 하고, 그것을 보았다.
무덤이었다.
뒤뜰 잔디밭의 녹색 속에서, 간단하게 흙을 쌓아 올리고, 얇은 나무판 하나를 세운 것뿐인 간단한 무덤이 있었다.
그리고 무덤은, 시야가득 펼쳐진 뒤뜰을, 말 그대로 뒤덮듯이 늘어서 있었다. 몇 천, 몇 만이 있는지, 도저히 셀 수가 없다.
뒤뜰이 원래는 왕족의 수렵장이었는지, 아니면 시민의 쉼터였는지. 그곳에 설명문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한 무덤일 뿐이었다.
키노가 길게, 깊게, 숨을 토했다. 얼마간 그것은 응시하고 있었다.
여름의 늦은 저녁 해가 천천히 기울어가고, 하늘은 조용히 밝기를 잃어갔다. 건물의 그림자속, 그곳은 급속하게 빛을 감해간다. 마치 가라앉아 가는 듯했다.
조금 있다가, 에르메스가 중얼거렸다.
“키노, 여기의 사람은 거의 죽어 버린 것이 아닐까”
“.....”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도 어디엔가 가버린거야. 이 놈의 나라는 버려진 거야”“....그럴지도 몰라. 어째 서지?“
“글쎄…….”
키노는 에르메스에게 뒤돌아 향하여, 테라스의 난간에 의지했다.
“여기에 있어도, 이젠 아무것도 안돼. 다음 나라에 가자”키노는 가볍게 목을 흔들면서,
“좋아. 오늘 밤은 여기에 묵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아직 3일이 지나지 않았어.”
그러자 에르메스는
“또야. 한 나라에 3일이어서 무슨 의미가 있어?”
꽤 의아스럽게 물었다. 키노는 아주 조금만 미소 지으며
“옛날에 만난 여행자가 말했어……. 그 정도가 딱 좋다고.” “그런 거 였군”
에르메스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듯 중얼거렸다. 키노는 의지한 채로 고개만 돌려, 다시 한번 무덤을 보았다.

3번째의 아침을, 키노는 공원의 입구에 있는 오두막에서 맞이하였다.
키노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새벽과 함께 일어났다. 패스에이더의 훈련을 하고, 정비를 했다. 적신 천으로 몸을 닦고 아침을 들었다. 그리고 짐을 정돈하고 나서, 에르메스를 두드려 일으켰다.
베스트를 셔츠 위부터 입고, 벨트를 조였다. 올스타안의 패스에이더를 한번 확인 한다.
키노는 서쪽의 문을 향하여 출발했다.
고스트타운의 아침은 다른 마을의 그것과 똑같이 조용했다.
키노는 에르메스의 엔진소리를 사양 말고 건물에 울려 퍼지게 하면서, 속도위반의 속도로 달리게 했다.

성벽이 보여 왔을 때 키노는 문 앞에 한 대의 농업 트랙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뒤의 짐 받침대에는 야채나 과일 등이 산적되어 있었다. 그리고 운전석에는 한 남자가 모자를 깊게 눌러 덮어쓰고 앉아 있었다. 30대 정도의 남자는 흙으로 더러워진 작업복을 입고 있다.
“키노! 사람이야! 이 나라에 사람이 있었어!”
에르메스가, 마치 사람이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듯이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정의를 만들고 정의는 이익을 낳는다

입술성형비용


How Much is Your Justice?ㅡ 목차 컬러 애완동물의 나라 ㅡapPETiteㅡ 티의 소원 ㅡGet Real!ㅡ 프롤로그 어느 남자의 여행·b ㅡLife is a Journey, and Vice Versa·bㅡ 제1화 인터뷰의

남자입술성형 


나라 ㅡOut of the Questionㅡ 제2화 허풍쟁이들의 이야기 ㅡFantasyㅡ 제3화 보호의 나라 ㅡMeritocracyㅡ 제4화 전봇대의 나라 ㅡTransmissionㅡ 제5화 이런 곳에 있는 나라 ㅡPrefaceㅡ 제6화 티의 하루 ㅡa Day in the Girl's Lifeㅡ 제7화

두꺼운입술성형 


가희가 있는 나라 ㅡUnsung Divasㅡ 에필로그 어느 남자의 여행·a ㅡLife is a Journey, and Vice Versa·aㅡ 컬러 애완동물의 나라 ㅡapPETiteㅡ 가을 어느 날 키노와 에르메스는 어느 나라에 도착했다. 그리 넓지 않은 성벽에 둘러싸인 평평

얇은입술성형 



한 땅에는 많은 고층 주택이 밀집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키노는 입국하자마자 곧 그 나라의 주민들이 모두 동물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를 끌고 걷는 사람, 고양이를 안고 다니는 사람, 앵무새 새장을 들고 있는

송파구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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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개인파산 

사람, 머리에 족제비를 얹고 있는 사람, 말을 타고 차도를 활보하는 사람. "애완동물인가봐." 에르메스가 말했다. "그러게…." 키노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타고 마을 안을 느긋하게 달렸다. 나라에서

송파개인파산 

가락동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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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거리 양옆에 줄지어 있는 것은 애완동물 관련 상품을 파는 가게, 동물 병원, 동물 미용실 등. 몹시 붐비고 있었다. 문지기가 소개해준 호텔에 들어가자 로비 안도 동물로 가득했다. 동물의 종류에 따른 화장실이 인간용 화장실보다 많았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 모두 애

마천동개인회생 

문정동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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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동물을 기를 의무가 있습니다." 호텔 보이가 말했다. "의무?" "그렇습니다. 10세 이상의 건강한 사람은 모두 애완동물을 키워야 합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키우는 법도 가르쳐줍니다. 애완동물부에 등록되어 있는 종류라면 어떤 동물이든 키울 수 있습니다

삼전동개인회생 

석촌동개인회생 

송파동개인회생 


"왜요?" 에르메스가 물었다. "그야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음이랄까요. 한 생명을 책임짐으로써 책임감과 사명감, 풍요롭고 따뜻한 마음을 키우는 것입니다." "한마디로ㅡ." 에르메스가 말했다. "'정조교육'?" "그렇습니다! 모토라도 씨, 박식하시군요."

전주개인회생 

익산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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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가 기쁜 듯이 말했다. 키노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에르메스를 바라보았다.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채식주의자입니다. 누군가가 애완동물로 기르고 있는 동물을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보이가 덧붙였다. 다음날 키노와 에르메스는 나라 안을 여기저기 견학하며 돌아다녔다. 종류별로 많이 있는 애완동물 사육장과 애완동물 쇼. 애완동물 키우는 법 강습회와 애완동물을 잃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정신치료회. "감상은?" 에르메스가 물었다. "소문과 완전히

정읍개인회생 

김제개인회생 

남원개인회생 

다르잖아…." 키노가 대답했다. "그러게. 또 속은 것 아니야, 키노?" "'또'라니 무슨 소리야?" 저녁 무렵 호텔로 돌아오자 남자들 몇 명이 키노와 에르메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들은 애완동물부의 관리라고 자기소개를 한 후 이 나라에 대한 감상을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키노 씨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뭐죠?" "입국 기념으로 키노 씨께 원하는 동물을 한 마리 드리겠습니다. 물론 무리라면 거절하셔도 좋습니다만 우리나라에 들렀던 기념으로 마음에 위안을 주는 귀여운 애완동물을 키워보시는 게 어떨까요? 내일까지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다음날, 입국한 지 3일째 되는 날 낮. 키노는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출국을 하기 위해 성문에 도착했다. 성문에 도착하자 키노가 어제 저녁 부탁했던 동물이 새장에 들어 있었다. 닭 한 마리였다. "감사합니다. 키우는 법은 어제 배웠습니다." 키노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새장을 받아들었다. "잘 키우십시오." 문지기와 관리가 입을 모아 말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나라를 떠나 숲 속의 길을 느긋하게 달렸다. "소문대로야…." 키노가 말했다. "그러게. 정말이었네." 짐받이 위에 가방을, 그 위에 침낭과 새장을 실은 에르메스가 말했다. 그날 밤. 키노는 숲 속에서 야영을 했다

전주개인파산 

다르잖아…." 키노가 대답했다. "그러게. 또 속은 것 아니야, 키노?" "'또'라니 무슨 소리야?" 저녁 무렵 호텔로 돌아오자 남자들 몇 명이 키노와 에르메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들은 애완동물부의 관리라고 자기소개를 한 후 이 나라에 대한 감상을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키노 씨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성남개인회생 

분당개인회생 

"뭐죠?" "입국 기념으로 키노 씨께 원하는 동물을 한 마리 드리겠습니다. 물론 무리라면 거절하셔도 좋습니다만 우리나라에 들렀던 기념으로 마음에 위안을 주는 귀여운 애완동물을 키워보시는 게 어떨까요? 내일까지

수내동개인회생 

정자동개인회생 

서현동개인회생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다음날, 입국한 지 3일째 되는 날 낮. 키노는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출국을 하기 위해 성문에 도착했다. 성문에 도착하자 키노가 어제 저녁 부탁했던 동물이 새장에 들어 있었다. 닭 한 마리였다.

이매동개인회생 

야탑동개인회생 

"감사합니다. 키우는 법은 어제 배웠습니다." 키노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새장을 받아들었다. "잘 키우십시오." 문지기와 관리가 입을 모아 말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나라를 떠나 숲 속의 길을 느긋하게 달렸다. "소문대로야…."

금곡동개인회생 

구미동개인회생 

판교개인회생 

키노가 말했다. "그러게. 정말이었네." 짐받이 위에 가방을, 그 위에 침낭과 새장을 실은 에르메스가 말했다. 그날 밤. 키노는 숲 속에서 야영을 했다

판교동개인회생 

삼평동개인회생 

식사는 호화로운 통닭 구이였다. "정말이었구나. 여행자에게 공짜로 음식을 주는 나라가 있다는 소문이." 키노가 통닭을 먹으며 말했다. 티의 소원 ㅡGet Real!ㅡ 내 이름은 리쿠. 개다. 언제나 즐겁게 웃는 듯한 얼굴을

백현동개인회생 

운중동개인회생 


하고 있지만 딱히 언제나 즐거워서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태어날 때부터 이런 얼굴인 것이다. 나의 주인은 시즈 님이다. 언제나 초록색 스웨터를 입고 있는 청년인데 복잡한 사정으로 고향을 잃고 지금은 버기를 타고 여행 중이다. 또 한 명의 일행은 티.

용인개인회생 

용인개인파산 

항상 말이 없고 수류탄을 좋아하는 소녀인데 복잡한 사정으로 고향을 잃고 우리의 일행이 되었다. 우리는 여름풀이 흔들리는 초원지대를 지나 작은 나라에 입국했다. 나라 안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1년에 한 번 수확을 축하하는 국가적인 축제로 나라 안은 무척 떠들썩했다. 시즈 님은 이 나라로 이민을 할지 말지 고민할 동안 이 나라에 머물러도 좋은지 아닌지

풍덕천동개인회생 

신봉동개인회생 

허가를 받기 위해 관청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번화가를 걸었다. 커다란 벽돌 건물에는 사람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몸통 부분에 잔뜩 붙여놓은 금속판이 마치 갑옷 같았다. 금속판 한 장 한 장에는 목탄으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죽전개인회생 

죽전동개인회생 

동천동개인회생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각자 소원을 적어서 붙여놓은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축제 때 소원을 적어서 그림에 붙이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림을 올려다보자, 『회사 수입이 많아지기를.』

상현동개인회생 

성복동개인회생 


『올해도 농작물이 잘 자랐으면.』 『학교 성적이 올라가게 해주세요.』 같은 것부터, 『가족들 모두 건강하기를.』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를.』

의정부개인회생 

의정부개인파산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게 해주세요.』 등등 대체로 소박하면서도 자기중심적인 소원들뿐이었다.

호원동개인회생 

장암동개인회생 

신곡동개인회생 

"앗, 여행자님? 한 장 받으세요. 여기 소원을 쓰시면 됩니다." 한 사람이 말했다. 시즈 님은

용현동개인회생 

민락동개인회생 

낙양동개인회생 


티에게 소원을 쓸 권리를 양보했다. 나는 시즈 님께 우리를 받아들여줄 나라를 발견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쓰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보다 행동이 중요하지." 시즈 님은 그렇게 말하며 나와 티를 그곳에 두고 이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러 갔다

중랑구개인회생 

중랑구개인파산 

묵동개인회생 

그런 친절한 사람과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을까? 어쩌면 다정한 부모님이 자신의 딸을 걱정해서 아는 사람에게 부탁한 것은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사실을 알 방도가 없답니다."

면목동개인회생 

상봉동개인회생 

중화동개인회생 

슬프게도 키노 씨의 부모님은 수행 중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연락을 받은 키노 씨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깨끗하게 버렸다고 한다. "덕분에 멀리 떠날 결심이 섰어요. 스승님도 '이젠 괜찮다'고 말씀해주셨죠. 그래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고 결심했어요. 열두 번째 생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였죠." 그리하여 키노 씨는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났다.

망우동개인회생 

신내동개인회생 

나라와 나라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여행의 일상이란 대체 어떨까? "평소 신경 쓰는 거요?

낙양동개인회생 


동대문구개인회생 

잘 먹는 겁니다(웃음). 이동 중에는 주로 휴대식량을 먹지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을 발견하면 당장 달려듭니다(웃음)." 역시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키노 씨도 당연한 일을 당연히 실천하고 있는 모양이다.

동대문개인회생 

동대문구개인파산 

"그 밖에는 물고기를 자주 먹어요. 낚아서 구워 먹죠. 요즘같이 추운 계절에는 썩지 않아서 좋아요. 모토라도에 물고기를 매달고 달리다 새가 쪼아 먹을 뻔한 적도 있어요." 여행을 하는 동안 인간과 자연의 일체감을 느낀 적도 있다고 한다.

용두동개인회생 

제기동개인회생 

"웅대한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여행을 떠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에 남았던 것은 여행 중에 만난 다른 여행자들입니다. 다들 친절한 분들이었죠. 제 나이가 어리다 보니 힘든 일은 없는지,

휘경동개인회생 

전농동개인회생 

먹을 것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물어보곤 해요. 얼마 안 되는 자신의 식량을 나눠주신 분도 있었어요."

답십리개인회생 

장안동개인회생 


여행자는 동료 의식을 소중히 여긴다. 동포들과 멀리 떨어져서 살아가기에 같은 처지의 사람에게 친절해지는 것이다. 때때로 같은 국민들끼리 싸우기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마지막 질문에 키노 씨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여행을 계속할 거예요. 하지만 나중에는, 좀 더 나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럴 수만

송파구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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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미래를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여행에서 배운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그들이 꼭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좋아요. 그보다 나라 안에서 살아가며 그 지식을 활용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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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다. 키노 씨라면 틀림없이 꿈을 이룰 것이다. 키노 씨가 '선생님'이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만약 선생님이 된다면 이렇게 자랑할 거예요. '선생님은 어느 나라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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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 * * "안녕하세요, 키노 씨. 잘 부탁합니다." "네…, 저, 에르메스는 인터뷰를 하지 않을 건가요?" "네, 일단 여행자 키노 씨에게만 이야기를 들었으면 하는데요. 모토라도 에르메스 씨는 이번에는 아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에르메스, 잠시 입 다물고 있어." "알았어. 받을 건 받았으니 아무래도 좋아. 그럼 자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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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까 끝나면 깨워줘." "응. 저, 그럼 시작하세요. 저도 사례로 이것저것 받은 이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례 이야기는 기사에서 빼겠습니다, 아하하.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아무 보수 없이 인터뷰에 응해줬다고 쓸 겁니다. 일단 국영 신문이라서요." "알겠습니다."

서초구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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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인터뷰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자면 키노 씨께 여행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듣고 그것을 신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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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로 실을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 출국하는 키노 씨는 그 기사를 읽으실 수 없겠지만…." "할 수 없죠. 괜찮습니다.

반포본동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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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여행자에게 크나큰 동경을 품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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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개인회생 

알고 싶어하죠."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도 되나요?" "네, 부탁합니다! 다들 여행자님의

창녕개인회생 

거창개인회생 

고성개인회생 

솔직한 모습을 알고 싶어할 겁니다. 대답은 전부 기사로 쓰겠습니다. 물론 '이것만은 도저히 대답할 수 없다'고

하동개인회생 

합천개인회생 

생각하시면 확실하게 말씀해주십시오. 그럼 더 이상 묻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뻔한 질문입니다만

남해개인회생 

산청개인회생 

여행의 시작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언제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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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여행을 떠나려고 생각했는지,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음, 그러니까…, 전 열두 번째 생일까지, 태어난 나라에서 살았어요. 학교에 다니며 평범하게 생활했죠." "호오. 그럼 열두 살 때 여행을 떠난 겁니까?" "그런 셈이죠." "빠르군요. 놀랍습니다. 그럼 여행을 떠난 이유는?" "저…, 그 나라에서는 열두 살이 되면 아이를 어른으로 만든다고 해야 하나, 바꾸는 수술을 합니다." "'수술'…? 통과의례 같은 걸 형식상 그렇게 부르는 겁니까?" "네? 아뇨. 실제로 머리를 가르고 뇌 어딘가를 손본다고 들었어요. 그럼 불쾌한 일도 웃으며 할 수 있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고 배웠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그래서 저도 당연히 그 수술을 받고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직전에 만난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호오! 그 여행자의 영향으로 다른 나라를 둘러보려고 생각한 겁니까?" "아뇨. 당장 부모님께 달려가서 수술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굉장히 화를 내셔서ㅡ." "흐음, 혼나셨군요. 역시 관습을 거부하려면 용기가 필요하죠." "맞아요. 그래서 부모님을 거역하는 '쓰레기'라며 당장 죽이려고 하셨어요. 실제로 그 여행자는 저를 감싸다 눈앞에서 아버지의 칼에 찔려 죽었죠." "……." "나도 곧 죽을 거야, 뭐 할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쓰러져 있던 에르메스가ㅡ에르메스는 원래 고철이나 다름없던 걸 그 여행자가 고쳐서 타고 다니던 건데, 아무튼 제게 도망치자고 제안하더군요. 그래서 허둥지둥 에르메스를 타고 나라에서 도망쳤어요. 그러니까 나라를 떠난 건 제 의지가 아니라…, 단순히 죽지 않기 위한 결단이었을 뿐이에요." "……. 저…, 으음, 그건ㅡ, 확실히 중대한 결단이었군요…. 음. 그, 그후 이렇게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겁니까?" "네? 아뇨. 그후 할 수 없이 잠시 방황하다가 먹을 것을 찾지 못해서 숲 속에 쓰러져 죽을 뻔했어요. 그때 제가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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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죠. 한동안 함께 살면서 사격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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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그분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셨기에 지금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는 거군요." "뭐 그런 셈이죠. 자고 있으면 인정사정없이 고무탄을 쏘아대는 사람이었지만." "……. 그후 여행을?" "당장 여행을 떠난 건 아니에요. 그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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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옛날 여행을 다녔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긴 했지만." "그럼 그곳에서 뭔가 계기가 될 만한 일이 있었나보군요?" "네…, 그런 셈이죠. '그 일'을 겪은 후 저는 여행을 의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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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습니다." "그렇군요. 그 일이란 뭔가요?" "음, 아까 말씀드렸죠. 태어난 나라에서 만났던, 저 때문에 눈 앞에서 죽은 여행자. 그의 어머니를 만났어요." "오오! 굉장한 일을 겪으셨군요." "네. 그는 저 때문에 죽은 셈이니까…, 계속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를 아는 사람과 만나면 사과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응어리처럼 남아 있었죠." "만나서 어떻게 됐나요?" "제가 그 사람 얘기를 했더니 그의 어머니는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렇군요. 그 어머니의 다정함에 감명을 받아서 자신을 다시 돌이켜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 건가요?" "아뇨. 그 직후 그녀는 제게 독을 먹인 다음 쓰러져 있는 제 목을 졸라서 죽이려고 했어요." "헉…?" "전 그녀를 총으로 쏴 죽였어요." "……." "스승님께 돌아간 후 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하지만 스승님께 여행 얘기를 듣다 보니 역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져서ㅡ." "그, 그렇군요. 그분과 상의를 했나보군요?" "아뇨. 상의를 했다가 안 된다고 하면 결심이 흔들릴 것 같아서 그냥 에르메스를 타고 떠났어요. 그때 허락 없이 가져온 물건이 꽤 많으니까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을걸요." "…그, 그렇습니까. 여행의 계기는 잘 알겠습니다. 음, 다음은 여행 중의 생활에 대해서 묻고 싶은데요…." "네." "나라와 나라 사이를 이동하는 동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제일 신경 쓰는 것은 무엇입니까?"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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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입니다." "그렇군요, 식량 확보. 중요한 문제죠. 평소 어떤 것을 먹습니까?" "이동 중에는 주로 휴대식량을 먹지만 먹을 수 있는 동물을 발견하면 재빨리 쏴 죽인 다음 손질합니다. 보통 토끼나 새가 많죠. 숲 속에서 종종 마주치는 사슴은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그냥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새끼 사슴은 양이 적당한데다 고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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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맛있어서 새끼사슴만 죽이고 어미는 쫓아버립니다." "그, 그렇군요…. 바비큐로 드시나보죠." "네. 역시 고기를 먹으면 힘이 솟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요즘같이 추운 계절에는 고기가 썩지 않아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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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에 사슴이나 멧돼지를 뒷다리만 싣고 달리기도 합니다. 에르메스는 싫어하지만. 이 경우 독수리의 공격에 주의할 필요가 있죠." "그렇군요…. 먹는 것 얘기는 일단 미뤄두고, 여행을 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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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험한 길, 악천후, 오랫동안 샤워를 할 수 없다는 점, 좀 전에 말씀드렸던 식사 문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은 많지만 제가 제일 성가시게 여기는 것은ㅡ." "여기는 것은?" "살아 있는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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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른 사람 말입니까?" "네." "여행 중에 만난 다른 사람들…. 제 생각엔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행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편리할 것 같은데요." "네, 물론 그렇기도 하죠." "여행자들 간의 동료의식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만나는 사람의 절반 정도예요. 나머지 반은 위험하죠. 제 소지품을 빼앗으려고 하거나, 제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거나…, 아무튼 난폭한 짓을 하려고 하죠. 그런 사람은 움직임이 어색하거나 묘하게 웃는 등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하곤 해요. 개중에는 제가 경계하는 것을 보고 순순히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습격당할 경우…, 키노 씨는 어떻게 하십니까?" "반격합니다." "…저, 구체적으로는?" "패스에이더를 겨눌 경우 겨누려는 순간 쏘기 때문에 대체로 죽이곤 하죠." "……. 주, 죽인단 말입니까?" "네. 패스에이더로 싸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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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적당히 봐주기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리고 제 <캐논>은 구경이 큰데다 파괴력이 있는 탄환을 사용하기 때문에 팔다리를 쏴도 굉장히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보통 그대로 출혈사하죠." '하, 하지만…, 다짜고짜 쏴 죽이는 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안 그러면 제가 죽으니까요." "그, 그렇습니까…. 힘드시겠군요…. 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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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 말씀하신 겁니까?" "죽은 사람은 전혀 위험하지 않으니까요. 오로지 먹기만 하며 살아간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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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길에서 시체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여행자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그럴 때는 역시 그 사람의 성불을 빌며 정성껏 묻어주시곤 합니까?"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야생동물이 깨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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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치울 테니까요." "……." "우리 여행자가 시체를 보고 제일 먼저 살펴보는 것은ㅡ." "네." "뭔가 쓸 만한 물건은 없나 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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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모가 없으면 내버려두지만 가끔 귀금속이나 보석, 휴대 식량, 무기, 탄약, 그밖에 팔 만한 물건을 갖고 있을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경우…, 설마 유품을 가져가십니까…?" "네. 물론 부피가 큰 물건은 불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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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그 사람을 죽이고 빼앗았다는 오해를 받으면 곤란하니까 특징 있는 물건은 피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손에 끼고 있는 반지 같은 것 말이죠. 전에 시체를 발견하면 반드시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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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본 후 금니가 있으면 턱을 부수고 전부 뽑아낸 다음 녹여서 판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더군요." "……." "끝났어, 키노?" "끝났어."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제2화 허풍쟁이들의 이야기 ㅡFantasyㅡ 어느 나라, 어느 호텔 식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식당은 목조 건물 1층에 있었습니다. 바닥도 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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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판자가 깔려 있었고 높은 천장에는 굵은 들보가 몇 개나 뻗어 있었습니다. 그 들보와 들보 사이, 또는 들보와 벽 사이에는 굵은 로프가 잔뜩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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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범선의 돛대처럼 수십 개나 드리워진 로프는 인간의 머리 높이로 느슨하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둥근 테이블이 20개 정도 놓여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의자가 놓여 있는 테이블에는 네 사람의 여행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오늘 이 나라에 도착한 여행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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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마차를 타고 여행하는 50대 아저씨. 한 사람은 커다란 사륜구동차를 타고 다니는 30대 누님. 한 사람은 그 누님과 친해져서 차를 얻어타고 온, 걸어서 여행중인 20대 청년. 마지막으로 모토라도를 타고 여행 중인, 머리가 짧고 허리에는 커다란 리볼버를 찬 1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소녀. 네 사람은 함께 식사를 마친 후 차를 마시며 여행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습니다. 주위에 다른 손님은 없었습니다. 바 카운터에 있어야 할 바텐더의 모습도 지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때였습니다. "여행자가 있다면서!" 이 나라 사람들이 커다란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하며 들어왔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테이블 주위에 모여 깜짝 놀라는 여행자들을 둘러쌌습니다. 여행자들이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후 이 나라 사람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행자님들, 여행자들은 종종 '나는 이런 나라에 가본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하지만 듣는 사람이 확인할 방도가 없으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죠? 어때요, 우리에게 '그럴 경우 여행자들이 하는 거짓말'을 얘기해주지 않을래요? 상상력이 넘치는,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신기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네 사람은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허풍을 들려주면 식사 값은 받지 않겠다는 얘기를 듣자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나는 예전에 이런 나라를 가본 적이 있지.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뚱보였어.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뚱뚱했지. 뚱뚱할수록 매력적이라며 매일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대더군. 당연히 비만에서 비롯된 병이 속출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나. 그리고 드디어 걸을 수 없을 만큼 뚱뚱해지면 그 사람은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받아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시중을 들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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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체중은 300킬로그램 이상. 자신의 몸무게 때문에 뼈에서 살이 분리되어 움직일 수도 없지. 그 모습은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더군." 누님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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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일 깜짝 놀랐던 나라는 거기야. 아이가 태어나면 팔이나 다리 하나를 잘라버리는 풍습이 있는 나라. 팔다리가 양쪽 다 있으면 너무 완벽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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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 아름답지 않다'며 하나를 싹둑 잘라버리는 거야. 그러기 위한 도구도 팔고 있지 뭐야. 그 나라 사람은 당연히 팔이나 다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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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당연한 일이고 미의 기준이니까. 어딜 가든 '당신은 팔다리가 전부 있는 게 창피하지 않나요?' 라며 날 무시하지 뭐야. 그러다 내 팔이나 다리를 잘라버릴 것 같아서 도망쳤지." 청년이 말했습니다. "나도 정말 굉장한 나라에 가본 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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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에는 '중년법'이라는 법이 있었지. 중년, 즉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성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놀랍게도 무죄라는 거야. 간단한 교정을 받을 뿐 교도소에는 들어가지 않아. '분별 있는 성인이 범죄를 저지르다니 어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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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이유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게 이유라더군. 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을 저지르려거든 중년이 될 때까지 기다려라'하는 것이 모토였지. 물론 대부분의 성인들은 평범하게 생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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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엄청난 범죄가 발생하곤 해. 신변에 위험을 느껴서 얼른 떠났지." 소녀가 말했습니다. "전 나라 전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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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것을 봤습니다. 크기는 이 나라와 비슷했어요. 거대한 성벽 아래 캐터필러가 엄청 많이 달려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죠. 사람들은 그걸 타고 생활하며 느긋하게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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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나라에 타고 있을 때였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가 지나가는 것을 막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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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움직이는 나라는 강력한 레이저로 그 나라의 성벽을 종잇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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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우고 아무리 강력한 미사일 공격도 튕겨내며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을 통과했어요. 지금도 그 나라는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겁니다." 네 사람의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사람들은 무척 재미있어했습니다. "말도 안 돼"라고 놀라며 즐거워했습니다. 굉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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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한 눈치였습니다. 그들은 역시 여행자들이라고 감격하며 식사 값은 자신들이 지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돌아가야겠다는 말을 남기고ㅡ. 모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제히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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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사람은 식탁에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갑자기 조용해진 식당에서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자네들ㅡ, 거짓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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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내는 게 귀찮아서 그냥 실제로 가봤던 나라 얘기를 했지?"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아저씨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음, 나도 마찬가지야." 아저씨는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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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지만…, 물론 자네들 얘기도 놀랍지만…."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귀성형 통해 소이증, 귀가 기형인 환자에게 제2의 삶 선물
그리고 넷이서 허공에 늘어져 있는 로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이 나라도 정말 굉장하군…." 아저씨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세 사람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사람은 로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식당에 있던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로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바 카운터에는 바텐더가 로프에 무릎을 걸고 거꾸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한 잔 더 드릴까요?" 바텐더가 거꾸로 매달린 채 유리잔을 닦으며 물었습니다. 제3화 보호의 나라 ㅡMeritocracyㅡ 작은 자동차가 여름 초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사방이 탁 트인 평평한 초원이었습니다. 풀꽃이 즐거운 듯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나무는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습니다. 하늘에는 석양을 코앞에 둔 태양이 빛나고 군데군데 떠 있는 구름은 선명한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자동차는 작고 노랗고 여기저기가 망가져 있었습니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배기관이 울퉁불퉁한 흙길에 맞춰 당장이라도 떨어져나갈 것처럼 정신없이 흔들렸습니다. 사이드미러는 온통 금이 가 있었고 보닛 구석은 녹슬어서 떨어져나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자동차는 광활한 초원을 열심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여름이라 기온은 나름대로 높았지만 습도가 낮아서 제법 쾌적한 곳이었습니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도, 왼쪽 조수석에 앉아 있는 여자도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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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셔츠 깃을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조금 키가 작고 잘생긴 남자가 한 손으로 핸들을 쥐며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말했습니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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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쉬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입국하면 쉬는 게 어떨까요." 스승님이라고 불린 긴 검은 머리의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되물었습니다. "쉬다뇨?" "말 그대로 쉬자는 뜻입니다. 나라에 머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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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만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고 느긋하게 지냈으면 해서요. 상인에게서 빼앗은 보석이 있으니 당분간 식비는 걱정 없습니다." 여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딱히 반대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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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어서요." 남자가 그렇게 말한 순간 지평선 너머에서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는 비틀거리며 성벽으로 다가갔습니다. 길 좌우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남자는 더욱 속도를 늦췄습니다. 초원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동물이었습니다. 길이는 16센티미터 정도. 얼핏 보기에는 펭귄처럼 걸어다니는 새 같았지만 원숭이처럼 두 팔이 달려 있었습니다. 색은 갈색과 크림색 얼룩무늬. 온몸에 고양이 같은 털이 돋아 있었고 개처럼 복슬복슬한 꼬리가 달려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새끼 곰처럼 동그란 눈과 작은 코가 붙어 있었습니다. "호오, 저런 동물은 처음 보네요." 남자가 말했습니다. 여자도 아무 말 없이 초원에 얼굴을 내민 동물을 바라보았습니다. 30마리 정도의 동물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는 성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두 사람이 입국한 곳은 넓지도 좁지도 않고 농업이 주산업인, 주위에 분쟁이 일어날 만한 나라도 없는 한적한 나라였습니다. 입국을 허가받은 두 사람은 재빨리 보석을 팔아치우고 제법 호화로운 호텔에 투숙했습니다.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두 사람은 나름대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날 두 사람이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드문드문 손님이 보이는 레스토랑에 동물이 들어왔습니다. 나라 밖에서 봤던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색깔은 조금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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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그렇게 말하며 접시로 손을 뻗었습니다. "큐?" 즐거운 듯이 슈크림을 움켜잡기 직전 동물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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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동물은 시선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뛰어내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테이블로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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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아직 꽤 많이 남아 있는 그 손님의 핫케이크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는 커다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체념한 듯이 식사를 도중에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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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셨지요. 이 나라에서는 저 동물에게 손을 댈 수조차 없습니다. 만에 하나 상처를 입히기라도 하면 여행자라 해도 징역 5년 정도는 선고받을 겁니다. 죽이기라도 했다가는 종신형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세상에." 남자는 어이없어하며 중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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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물이 먹어치운 슈크림을 한 접시 추가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다 떨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웨이터는 머리를 숙이며 사과한 후 다른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슈크림을 먹고 있는 여자에게 반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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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매정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후 두 사람은 산책을 하며 나라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횡포가 대단하군요." 남자의 감상대로 나라 안 곳곳에서는 그 동물이 인간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 오만방자하게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무리를 지어 도로를 가로질러서 차와 마차를 멈추게 하고, 벽을 타고 올라가서 빨래를 떨어뜨리고, 가게 앞의 과일을 먹어치우고, 깨끗하게 닦은 테이블에 발자국을 찍고, 아무 데나 오줌을 갈기고, 먹지도 않을 농작물을 엉망으로 만들어 던지며 놀곤 했습니다. 그 수는 결코 많지는 않았지만 희소하다고 할 만큼 적지도 않았습니다. 간간이 눈에 띄는 정도였습니다. 나라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요즘 번식에 성공했는지 갑자기 수가 늘었다고 합니다. 걷고 있는 두 사람에게도 몇 마리가 다가왔습니다. "무슨 일이죠?" 그러나 여자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마주치자 다른 곳으로 가 버렸습니다. 동물들은 도로 반대편에서 걷고 있던 어린 소녀에게 눈독을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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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캬캬!" "큐큐큐!" "큐큐큐큐큐!" 동물들이 즐거운 듯이 떠들며 짓밟고 있는 것은 높은 곳에 걸려 있던 호텔주인의 부모님 사진이었습니다. 동물들은 액자를 밟아서 깨뜨리고, 사진을 짓밟고, 침과 똥으로 사진을 더럽혔습니다. "……." 주인은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아서 소중한 사진이 짓밟히는 것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았습니다. "무슨 수로?"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진이 걸려 있던 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는 긴 막대기 세 개가 걸쳐 있었습니다. "저런…." 로비에 있던 여종업원이 동물들이 저 막대기를 들고 와서 벽에 걸친 다음 타고 올라가서 사진을 떨어뜨렸다고 가르쳐주었습니다. "캬캬캬캬!" "큐큐큐!" "캬!" 즐거운 듯이 사진을 엉망으로 짓밟는 동물들. "아아…."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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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손님들은 속수무책으로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캬캬?" 동물 한 마리가 더러운 발로 손님들에게 다가왔습니다. 손님들은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다들 분한 듯이 이를 갈면서도 손을 대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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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왕이로군." 남자가 중얼거렸습니다. 이윽고 동물이 여자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필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캬캬캬!" 동물은 그렇게 외치며 몇 번인가 폴짝폴짝 뛰어오른 후 동료들이 있는 사진 위로 돌아갔습니다. "캬캬!" "큐큐!" "캬캬캬!" 동물들은 이미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사진을 발로 갈기갈기 찢었습니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타앙. 무시무시한 굉음이 로비를 뒤흔들었습니다. 로비에 잇던 사람들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뛸 듯이 놀랐습니다. 동물들도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뛸 듯이 놀랐습니다. 한 사람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리볼버를 허리 높이로 겨누고 있는 여자였습니다. 한 마리는 그 탄환에 가슴을 맞고 몇 미터 뒤로 날아가서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뿜으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조금 전 여자를 실컷 우롱했던 동물이었습니다. "저런." 남자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왼손으로 가느다란 자동식 핸드 패스에이더를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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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큐?" 그리고 그대로 레이저사이트를 켰습니다. 붉은 빛은 동그란 눈과 눈 사이에 정확하게 멎었습니다. 탕. 조금 전보다 훨씬 조용한 발포음과 함께 한 마리가 뒤로 쓰러졌습니다. 넋이 나가 있는 손님들 앞에서, 그리고 나머지 한 마리 앞에서. "죄송해요. 패스에이더가 폭발했어요." 여자가 말했습니다. 남자도 패스에이더를 홀스터에 꽂으며 말했습니다. "제 것도. 음, 아무에게도 맞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여, 여행자님들…. 이런 엄청난 짓을…." "네? 무슨 말씀이죠?" "무슨 말이냐니…. 당신, 보호동물을 죽였잖아…. 이건 중죄야…." "동물?"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후 죽은 두 마리와 멍하니 서 있는 한 마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동물이라니 어디요?" 지극히 태연한 대답이었습니다. 웅성. 손님들의 웅성거림이 전해졌습니다. "어디에 동물이 있다는 거죠?" 여자가 담담한 어조로 다시 한 번 말했습니다. "아아. 그래…." 주인이 비틀거리며 일어섰습니다. "큐?" "손님 여러분…. 동물 따윈 아무데도 없잖습니까…." "큐우우…." 자리에서 일어선 주인은 눈물을 닦은 후 옆에 놓여 있던 튼튼해 보이는 의자를 들어올렸습니다. "죽어버려!" 그리고 남은 한 마리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캬ㅡ." 작은 비명과 함께 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로부터 한동안 주인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엉망이 된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런." 여행자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고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쩌지? 경찰을 불러야 하나? 그런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아무도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로비가 장례식장처럼 조용해졌을 때. "큐우?" 문이 열리고 얼핏 봐도 한 다스 이상의 동물들이 로비로 들어왔습니다. "큐큐!" "캬아!" "큐우!" "캬오오오오!" "캬아!" 동료의 시체를 본 동물들은 그렇게 외치며 인간들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타앙. 탕. 탕탕. 탕탕탕. 여행자 여자와 남자가 정밀한 기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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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에이더를 쐈습니다. 여자가 재빨리 탄창을 교환하는 동안에는 남자가 원호를, 남자가 탄창을 교환하는 동안에는 여자가 원호를 했습니다. 로비 안에 총성이 울려 퍼지고 모두가 귀울음에 시달렸습니다. 어느덧 로비 안에 움직이는 동물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멍하니 서 있는 가운데. "어디에 동물이 있다는 거죠?" 여자가 말했습니다. "그, 그래!" 손님들 중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동물은 반드시 보호해야 하지만 동물 따윈 아무 데도 없잖아!" "그래, 맞아! 이 나라에 동물 따윈 없어!" "없는 걸 무슨 수로 지키겠어!" 마치 스위치라도 누른 것처럼 모두가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 안은 일찍이 없었던 소란한 하루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나라 안 곳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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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봤나?" "아니, 못 봤는데." 라는 인사가 오갔습니다. 호텔에서 시작된 파문은 점점 널리 확산되어갔습니다. 사람들은 손에 막대기나 농기구를 들고, "캬오! 큐우ㅡ." 눈에 보이는 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죽였습니다. 처음에는 경찰들도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모든 국민들이 들고일어나자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하든지 아니면 보고도 못 본 척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당했습니다. "동물은… 없지 않나? 순경." "네…. 없습니다, 경감님." 그리고 결국 이런 대화를 나누기에 이르렀습니다. "캬오오오!" 하루 종일 나라 전체에서 노성과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여행자 여자와 남자의 패스에이더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폭발하기를 되풀이했습니다. 탄환이 떨어지면 가게 사람들이 공짜로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저녁. 주인에게서 극진한 감사와 배웅을 받으며 노랗고 작은 자동차는 성문으로 달려갔습니다. 성문의 문지기들은 언제든지 또 오라며 고마워했습니다. 차는 활짝 열린 성문을 지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큐우ㅡ!" 수풀에 숨어 있던 동물 한 마리가 자동차 지붕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앗! 저 녀석! ㅡ안 보이지만!" 문지기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자동차 지붕 위로 휘두르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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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됐어요. 이미 나라 밖으로 나왔으니까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문지기를 말렸습니다. 그때 자동차는 성벽을 지나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하긴 나라 밖이니까…, 조심해서 가십시오." 문지기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성문을 지키러 돌아갔습니다. "스승님?" 운전석의 남자가 지붕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떨고 있는 동물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큐우우우…." 여자는 잠시 그냥 달리라고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작은 자동차는 여자의 말대로 초원을 달렸습니다. 그리고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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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차에서 내려 지붕에 있는 동물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제 내리세요." "큐우우우우!" "데려갈 수는 없어요." "큐우우우?" "안 돼요." 여자가 노려보자 동물은 마지못해 자동차 지붕에서 뛰어내렸습니다. "큐우우우…." "당신들은 조금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큐우?"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힘이 있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 나라에서 정말로 힘이 있었던 건 그 나라 사람들입니다. 당신들이 아니에요." "큐우…." "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세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초원을 가리켰습니다. 동물은 여자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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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크기가 조금 다른 20마리 정도의 크고 작은 동물들이 초원에서 얼굴을 내밀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큐우우우…." "안녕."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차에 올라탄 후 운전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했습니다. "안녕."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차는 비틀거리며 초원의 길을 달렸습니다. "의외로 상냥한 면도 있었군요, 스승님. 전 당장 때려죽일 줄 알았습니다." "아뇨, 아뇨." 여자는 부정하는 말을 두 번이나 되풀이했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스승님?" 왼쪽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보자 여자는 우아하게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나는 상냥하지 않아요. 그저 당장 죽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노란 자동차가 석양 속으로 사라진 후. "큐우우우!" 남겨진 동물 한 마리는 그렇게 말하며 무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쿠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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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쿠구구." "쿠오오오." "쿠오오!" 무리들은 위압적인 태도로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큐우…." 한 마리는 조금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윽고 무리의 보스인 듯한 한 마리가 그 한 마리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큐우큐우?" "큐우우! 큐우큐우큐우우우!" "큐우. 큐우큐큐큐." 보스는 그렇게 말하며 무리를 돌아보았습니다. "쿠오쿠오!" 그리고 짧고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무리들이 몸을 움츠렸습니다. "큐우큐우." 보스가 그 한 마리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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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들어 그 한 마리를 불렀습니다. "큐! 큐우ㅡ." 그 한 마리는 기쁜 듯이 그렇게 말하며 무리에게 다가갔습니다. 무리는 넓게 퍼져서 그 한 마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쿠오!" 보스가 그렇게 외친 순간 모두 일제히 그 한 마리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캬아ㅡ! 캬아아아!" 비명을 질러도 아랑곳없이 때리기를 계속했습니다. 이윽고 초원에 적막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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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전봇대의 나라 ㅡTransmissionㅡ 키노와 에르메스는 어느 작은 나라에 있었습니다. 나라가 작고 평평해서 어디에서도 성벽 안쪽이 보였습니다. 밭과 집이 교대로 보이는 한가로운 풍경의 한가로운 나라였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키노는 에르메스를 느긋하게 몰며 나라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오, 여행자님, 안녕하세요. 바쁘지 않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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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가족들과 차와 과자를 드시지 않겠습니까?" 길을 걷던 사람이 말을 건넸습니다. 키노는 그의 초대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밀며 그를 따라 걸었습니다. 넓은 자갈길에서 마당으로 들어서려 할 때였습니다. "아, 그 앞은 위험합니다." 그가 주의를 줬습니다. 키노는 걸음을 멈추고 앞을 살펴보았습니다. 바닥 바로 앞에 굵은 선이 뻗어 있었습니다. 선은 집 안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뭐죠?" 키노가 물었습니다. "전선입니다." 그가 대답했습니다. 집들을 연결하기 위해 쳐놓은 전선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닿으면 감전돼서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위험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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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심하면 괜찮습니다. 전선 앞쪽을 보십시오." 키노와 에르메스는 전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습니다. 전선 앞쪽에는 기둥이 서 있었습니다. 높은 기둥이었습니다. 끝은 뾰족했습니다. 전선을 따라 반대편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도 기둥이 서 있었습니다. 기둥은 돌로 만든 튼튼한 토대 위에 우뚝 서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집 근처에서 이 기둥을 종종 봤는데." 에르메스가 말했습니다. 키노가 이 기둥은 뭐냐고 물었습니다. "전봇대입니다." 그가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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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네, 그렇습니다. 실은 몇 년 전에 당신 같은 여행자가 가르쳐 준 것입니다. 그 여행자에게 바닥에 전선이 깔려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럼 전봇대를 세우는 게 어떨까요. 전선과 전선 사이에.' 아주 멋진 생각이었죠. 우리는 즉시 전선과 전선 사이에 기둥을 세웠습니다. 기둥을 보면 어디에 전선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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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아래를 살펴보지 않아도 '아, 전봇대가 있으니까 전선이 있겠구나'라고 알 수 있죠. 감전되는 사람이 많이 줄었습니다." 키노와 에르메스가 출국한 지 며칠이 지난 후였습니다. "아…, 아차!" 키노를 초대했던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우리에겐 벌레가 소중한 신앙의 대상이라 날벌레를 먹는 새를 싫어한다는 걸, 그래서 새가 앉지 못하게 전선을 높이 치지 않고 농지 외에는 땅을 파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바닥에 깔아둔 거라는 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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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무슨 소리야. 그게 뭐 어쨌다고?" "그 말을 하는 걸 깜빡했어! 얼마 전에 왔던 여행자와 모토라도에게! 전봇대 얘기를 듣고 분명히 우리를 바보라고 생각했을 거야! 멍청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뭐 어때. 어차피 여행자인데. 우리나라에 또 올지 안 올지도 모르잖아. 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 "그럼 정정할 기회가 없는 거잖아!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릴 바보 멍청이라고 얘기하면 어떻게 하지?" "신경 쓰지 마. 우리도 다른 나라는 고사하고 그 여행자에 대해서도 전부 아는 건 아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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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만…." "신경 쓰지 마. 자, 기도 시간이다. 위대한 벌레님, 부디 우리에게 은총을 내려주소서." 제5화 이런 곳에 있는 나라 ㅡPrefaceㅡ "키노, 이런 곳에 정말 나라가 있긴 한 거야?" 에르메스가 길을 달리며 키노에게 물었다. "글쎄…." 키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에르메스와 키노가 있는 곳은 하얀 사막이었다. 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는 온통 단단하게 굳은 하얀 흙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다. 하늘은 하얀 구름으로 빈틈없이 뒤덮여 있었다. 하얀 하늘과 하얀 대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은 하늘과 대지의 경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모토라도 한 대가 덩그러니 달리고 있었다. 키노는 노란 렌즈의 고글을 쓰고 얼굴에는 밴대나를 감고 있었다. 긴 갈색 코트를 입고 긴 자락은 허벅지에 감아 고정시키고 있었다. "'글쎄'라니." "실은 나도 왜 이런 곳을 달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이상해." "역시. 뭐 여긴 껌 플러스니까." "……. 혹시 '카무플라주'?" "그래, 그거! 용케 알았네." "이봐…. 그러니까 '위장'이란 말이지? 어째서? 무엇 때문에?" "좀 더 달리다 보면 알게 될 거야." 에르메스가 말했다. 키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에르메스를 몰았다. 풍경이 너무나 변함없어서 정말로 움직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런 공간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낸 후. "아…." 키노는 그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커다란 간판이었다. 간판은 하얀 사막 속에 반쯤 파묻혀서 비스듬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적혀 있는 커다란 문자ㅡ. 키노는 간판 앞에서 에르메스를 멈췄다. 사이드스탠드를 세우고 에르메스에서 내린 후 비틀거리며 간판으로 걸어갔다. "아아…." 이윽고 키노는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0권 후기·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럴 수가. 키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장갑을 낀 주먹으로 하얀 대지를 내리쳤다. "'여긴 후기였단 말이지! 빌어먹을 작가 녀석, 잘도 이런 짓을!'" 그 뒤에서 에르메스가 키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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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본문 중간에 다짜고짜 '후기'ㅡ독자들이 보내준 수많은 예상 범위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이것도 하나의 형태라고 할 수 있지." "캐릭터에게 이런 짓을 시키다니! 앞 권에서도 이래놓고!" 키노가 화를 내건 말건 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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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다. 그런고로 후기입니다. 늘 그랬듯이 내용에 대한 얘기는 없습니다. 이 뒤를 읽기 전에 읽어도 괜찮습니다. 키노도 드디어 10권이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시리즈 열 권째라고 해도 2000년 7월 1권이 발매된 후로 6년이 흘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읽기 시작한 사람은 지금 고3입니다. 굉장하지 않습니까. 제게도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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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경험과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값진 6년간이었습니다. 도중에 「키노의 여행」이 드라마CD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TV 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이벤트에서 사인회를 하기도 하고, 타이완에서 사인회를 하기도 하고, 게임 2탄이 발매되기도 하고ㅡ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원래 제6회 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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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소설 대상 응모작이었던 이 작품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독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입니다. 이렇게 10권을 맞이하여 거듭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안타깝게도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이제 키노 시리즈도 소재가 바닥났습니다. 이번에도 필사적으로 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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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틀렸습니다. 더 이상 생각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후기가! 2006년 10월 내일을 꿈꾸는 후기 작가 시구사와 케이이치 추신·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제6화 티의 하루 ㅡa Day in the Girl's Lifeㅡ 내 이름은 리쿠. 개다. 나는 하얗고 길고 복슬복슬한 털을 갖고 있다. 언제나 즐겁게 웃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딱히 언제나 즐거워서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태어날 때부터 이런 얼굴인 것뿐이다. 나의 주인은 시즈 님이다. 언제나 초록색 스웨터를 입고 있는 청년인데 복잡한 사정으로 고향을 잃고 지금은 버기를 타고 여행 중이다. "그럼 부탁한다." 시즈 님은 오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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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해가 뜨기 전에 그 말을 남기고 외출했다. 얼마 전에 입국한 나라. 너무 시끄럽고 치안도 엉망이라 이주는 포기했지만 시즈 님은 꽤 짭짤한 일거리가 들어왔다며 돈을 벌기 위해 나갔다. 무슨 일인지는 듣지 못했지만 정성껏 손질한 칼을 들고 나간 것을 보면 그다지 건전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묻지 않았다. 그보다 문제는 아직 침대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하얀 머리의 소녀 티파나, 티다. 그녀는 이 대륙으로 건너오는 도중 이런저런 사정으로 우리의 일행이 되었다. "부탁한다." 부탁을 받긴 했지만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나와 티 둘뿐이다. 평소에는 시즈 님이 대화를 이끌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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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까. 이곳은 싸구려 호텔.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낡고 오래된 건물의 한 방이다. 좁은 방은 여기저기 벽지가 벗겨져 있었고 어제 들어왔을 때에는 온통 거미줄투성이였다. 나란히 놓여 있는 두 개의 침대는 매트리스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지금 티는 빈말로라도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이불 위에 자신의 침낭을 깔고 그 위에서 자고 있었다. 늘 입고 있는 회색 반바지 아래로 막대기 같은 두 다리가 뻗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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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갈색 긴소매 라운드 셔츠. 다른 셔츠도 있건만 티는 잠잘 때도 깨어 있을 때도 기온이 허락하는 한 이 셔츠만 입곤 한다. 시간이 흘러 아침과 점심의 중간쯤에 접어들었다. 이대로 계속 밤까지 잠들어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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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한 순간 티가 눈을 떴다. "……." 티는 아무 말 없이 팔로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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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신이 10센티미터 정도 침낭에서 떨어졌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뒤덮인 머리가 요새의 포탑처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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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즉 침대 옆에 엎드려 쉬고 있던 나를 향했다. 잠이 덜 깬 것인지 평소의 버릇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에메랄드그린의 눈동자가 4초간 나를 바라보았다. "……."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 옆에 앉았다. 그리고 티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 "저, 시즈 님은 돈을 벌러 나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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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그거야? 그것도 아침에." 모토라도가 투덜거렸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잖아." "아…, 그렇지…." 제7화 가희가 있는 나라 ㅡUnsung Divasㅡ 단풍에 물든 숲이 있는 나라가 있었다. 나라 밖에도 안에도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물든 무성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하얗고 높은 성벽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나라를 둥글게 감싸고 있었다. 성벽이 그리는 원이 너무나도 커서 반대편 성벽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아 보이지 않았다. 나라 밖에는 멀리 보이는 산까지 숲이 이어져 있었다. 나라 안에는 숲 외에도 갈색 밭과 푸른 호수, 그리고 점점이 있는 회색 마을과 주택가가 보였다. 동쪽 성문 앞 광장은 거대한 성벽의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 가을 아침 하늘은 연푸른색. 구름은 한 점도 없었다. 지나치게 춥지 않은 서늘한 공기가 세상을 감싸고 있었다. 광장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었다. 호선을 그리며 이어져 있는 30채 정도의 2층 벽돌집. 중심부에는 넓은 길이 서쪽을 향해 숲 속으로 뻗어 있었다. 문지기 외에는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광장 한구석에서. "상당히 넓은 나라로군." 여행자는 지도를 눈앞에 펼치며 말했다. 나이는 10대 중반. 짧고 까만 머리카락에 단정한 얼굴. 머리에는 챙과 귀를 덮는 속대가 달린 모자를 쓰고 그 위에 고글을 얹고 있었다. 갈색 코트 아래 검은 재킷을 입고 허리에는 굵은 벨트를 매고 있었다. 오른쪽 허리에는 홀스터에 꽂은 리볼버 타입의 패스에이더를 차고 있었다. "지도 보여줘, 키노." 여행자 옆에 서 있는 모토라도가 말했다. 키노라고 불린 여행자는 커다란 지도를 뒤집어 뒷바퀴 옆과 위에 여행용 짐을 잔뜩 실은 모토라도에게 보여주었다. 지도에는 둥근 형태의 국토와 온통 숲으로 뒤덮인 영토, 중심부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도심부, 점점이 흩어져 있는 마을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좁은 길이 마을과 마을을 끈처럼 연결하고 있었다. "음, 넓네. 이렇게 넓은 나라는 오랜만이야. 아, 대충 파악했으니까 집어넣어도 돼. 그건 그렇고 오늘은 어떻게 할 거야? 수리점을 찾을 거야?" 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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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었다. 이번에는 티가 대답했다. "산책." "… 그건 알았다니까." 밖으로 나오자 역시 밭밖에 없었다. 때때로 작은 트럭이 오가고 포장이 여기저기 갈라진 길 하나. 양옆은 밭. 성벽까지 온통 밭. "어디로 갈 겁니까?" 내가 물었다. "……." 티는 아무 말 없이 성벽으로, 태양을 등지고 북동쪽으로 뻗어 있는 길을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딱히 목적지가 없는 줄은 알았지만 길이 오른쪽으로 살짝 굽어 있는 곳에서 그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끝났다." 티가 느닷없이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멈췄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묻자 티는 발 밑을 응시하며 구두 끝으로 바닥을 톡톡 쳤다. 티의 그림자는 길가의 밭으로 이어지는 풀이 무성한 비탈 아래로 사라져 있었다. "설마 그냥 그림자를 밟으며 걸어온 겁니까?" 내가 그렇게 묻자 티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 까매." "그렇긴 하지만…." "사라졌어." "뭐 그렇긴 하지만…." "하지만 괜찮아." "아, 그렇습니까…." "이제 괜찮아." "……." "괜찮아."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호텔 앞을 지났다. 길 앞쪽에는 한동안 밭이 이어져 있었다. 이윽고 드문드문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앞은 둥근 형태를 지닌 이 나라의 중심부. 탑처럼 우뚝 서 있는 유달리 높은 빌딩들이 보였다. 저곳에는 웬만하면 가지 않는 편이 좋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 티는 아무 말 없이 길가에 방치되어 있는 오래된 벤치에 앉았다. 예전에는 버스정류장이었을 그곳에는 둥근 콘크리트 간판 토대만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나는 티 옆에 앉았다. 눈앞에는 도심부. 티는 때때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나도 조금 얻어마셨다. 그후로 티는 석양이 하늘을 물들일 때까지 그곳에 앉아서 거리를 바라보았다. 뭐가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앉아서 거리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태양이 성벽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빌딩숲에 불이 켜졌다. 일제히 켜졌다. 지금까지 아주 작게 보이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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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수류탄을 좋아하는 티의 취미를 어떻게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지만 시즈 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물통을 들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다. 티는 순순히 내 말을 따랐다. 플라스틱 물통에 물을 넣고 수건으로 감싸서 가방에 넣었다. 티는 가방을 어깨에 멘 후 '방에서 나갈 때는 잊지 말고 가져가도록'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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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 님의 메모가 붙어 있는 방 열쇠를 들고 문으로 걸어갔다. 티를 뒤따라가던 나는 가방에서 희미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것을 눈치 챘다. "티, 가방 밑에 들어 있는 게 뭐죠?" 티는 가방에서 쇠막대기 모양의 물체를 꺼냈다. "그것도 두고 가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나는 말했다. 산책에 잭나이프는 필요 없다. "……." "꼬마 아가씨, 노려보기만 하면 알 수가 없잖아. 뭘 하고 싶은 거냐?" 호텔 프런트에서 긴 의자에 앉아 잡지를 읽고 있던 러닝셔츠 차림의 중년 남자가 참다못해 티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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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에서 잠시 외출할 거라고 말하며 열쇠를 꺼내라고 일러주었다. "……." 티는 여전히 입을 다문 채 겨우 열쇠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아, 산책 가려고. 잘 다녀와라." "……." 티는 그래도 남자를 노려보고, 또 노려보고, 계속 노려보았다. "또 뭐냐?" 남자가 또다시 참다못해 티에게 불빛과는 달리 빌딩 전체를 비추는, 마치 빌딩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처럼 빛나는 강렬한 빛. 아마 거대한 서치라이트일 것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빌딩숲. 어째서 저런 짓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 티가 일어섰다. 그리고 호텔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돌아가기에는 딱 좋은 시간이다. 내가 아무 문제 없이 산책이 끝날 것 같다 싶어 안심하고 있을 때 오늘따라 평소보다 말수가 많은 티가 또다시 작게 중얼거렸다. "저건 아니야." 이번에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호텔로 돌아갔다. "자." 우리는 열쇠를 받아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여담이지만 다른 손님은 없다. 과연 장사가 될지 걱정되는 호텔이지만 벽에 농사 달력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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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오늘 하루는 저와 함께 보내야 합니다." "……." "아시겠지요?ㅡ꾸엑!" 침대에서 내려온 티가 정면에서 나를 끌어안고 왼쪽으로 쓰러졌다. 무거웠다. 이리저리 몸을 흔들던 티는 몇 초 후 느닷없이 나를 풀어주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려다가 어차피 대답은 기대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만뒀다. 고개를 들자 티가 나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 이윽고 티는 세면실로 사라졌다. 수십 초가 지난 후 나는 그녀가 '잘 잤어'라고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즈 님은 어제 산 크루아상을 두고 갔다. 새로 산 마멀레이드 병도. 티는 그것을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대신 먹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다. 티가 커다란 숟가락으로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퍼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먹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자 티는 막 입에 넣으려던 산더미 같은 마멀레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독이야?" 물론 그런 건 아니지만. 커튼을 열자 창 밖은 무척이나 화창했다. 초여름의 태양이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곳에서 보이는 것은 두렁이 기하학적 무늬를 이루고 있는 밭. 당근인지 뭔가를 키우고 있는 밭에서는 너덜너덜한 허수아비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회색 성벽 안쪽이 가로로 길게 뻗어 있었다. 티는 의자에 앉아서 계속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나는 카펫 위에 편안한 자세로 엎드려서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창문이 북향이라 햇볕이 따갑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동안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정오가 지났다. 이대로 평온하게 하루가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티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나가자." 그런 생각은 하지 말 걸 그랬나보다. "그건 놔두고 가는 게 어떨까요,티." 산책에 수류탄은 필요 없다. "……." 티는 잠시 나를 노려본 후 가방에 집어넣었던 다섯 개의 수류탄을 마지못해 시즈 님의 가방으로 되돌려놓았다. 옷이 들어 있는 곳에 아무렇게나 놓아두고 가는 것도 좀 그랬지만 레버에 테이프를 감아뒀으니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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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에는 마을에서 온 사람들이 투숙하는 모양이다. 저녁식사는 또 크루아상과 마멀레이드. 티는 반으로 자른 크루아상에 마멀레이드를 듬뿍 발라서 아무 말 없이 내게 내밀었다. "……." 내가 고민하는 동안 마멀레이드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차." 나는 허공에서 그것을 받아먹은 후 크루아상을 우물우물 먹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자 티는 나를 내려다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일행이야?" "네?ㅡ음, 글쎄요. 지금은 시즈 님이 없긴 하지만 우린 모두 함께 여행하는 일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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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됐어." "네." "불만 없어." "네에…." 오늘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밤늦게 시즈 님이 버기를 타고 돌아왔다. 이미 티는 아침처럼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나는 문 앞에서 시즈 님을 맞이했다. 초록색 스웨터 차림의 시즈 님은 조금 피곤한 얼굴로 양손에 나무상자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높이 30센티미터, 길이 1미터 정도의 상자였다. 뚜껑은 끈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시즈 님은 상자를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가 그게 뭐냐고 묻자 시즈 님은 의자에 앉으며 조금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오늘 일하고 받은 보수." 보수? 시즈 님은 티가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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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경찰을 도와서 범죄조직 아지트를 괴멸시켰어. 보수는 현금으로 준다고 해놓고 막상 소탕이 끝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군. 결국 현장에서 입수한 물건을 보수로 받았어. 역시 문제가 있는 나라는 경찰도 문제가 있나봐." "그렇군요. 그래서 뭘 받아오신 겁니까?"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은 이런 것밖에 없더군." 시즈 님은 그렇게 말하며 나무상자를 열었다. "뭡니까, 이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길이가 7센티미터쯤 되고 얼핏 보기에는 패스에이더로 보이는 물건이었다. 어깨에 걸치는 스톡과 방아쇠, 그리고 이상할 만큼 두꺼운 총신이 달려 있었다. "'유탄발사기'라고 하더군." "패스에이더입니까?" "일종의. 굵은 총신에서 전용 수류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발사된다더군." "……. 시즈 님이 사용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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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니까?" "아니, 티에게 주면 어떨까 해서. 수류탄을 좋아하는 건 좋지만 던지는 건 서툰 것 같아서." "……."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보단 낫잖아?" 시즈 님이 남은 크루아상을 먹고 한숨 돌린 후 물었다. "오늘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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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무사히 보냈다고 대답한 뒤 티가 비교적 말수가 많았다는 것과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일에 대해 얘기했다. "…흐응." 시즈 님은 조금 놀라며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재미있군. 리쿠와 티가 하루 종일 단둘이 있었던 건 처음이지." "네." "어쩌면 티는 자신이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그럴까요? 하긴 전 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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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믿음직스럽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야 리쿠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 잘 알지. 다만 티는 몰랐을지도 모른다는 것뿐이야. 그건 그렇고 티와 리쿠가 단둘이 있을 때 티가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애쓴 거라면 재미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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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일행으로 생각해주는 것이 기쁘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왜 그러지?" "전 시즈 님을 구하기 위해 키노 씨에게 티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려 했습니다." "신경 쓰지 마. 결과적으로 최악의 사태는 면했으니까." "티가 과연 그런 저를 일행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내가 보기에는 그럴 것 같은데. 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럴까요…. 유감스럽게도 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이상한 행동도 의미가 있었을지 몰라." "아, 네…. 어떤 의미요?" "먼저 얘기를 듣자마자 생각한 건데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림자를 밟으며 걸어간 것은 그 나라에서 티와 함께 살았던 검은 옷의 사람들이 이제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 그래도 자신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은 괜찮다는 것을." "그건…, 너무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계속할게. 나라 중심부의 빌딩숲. 티는 그걸 보며 그 나라의 중앙에 서 있던 탑을 생각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화려한 불빛이 켜진 것을 보고 언제나 캄캄했던 탑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은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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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때는…, '일행'과는 음식을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을 티 나름대로 실천한 것 아닐까? 내게는 티와 리쿠가 오늘 하루 동안 무척 사이가 좋아진 것처럼 느껴져." "……."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티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다. "뭐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걸지도 모르지만." 시즈 님은 그렇게 말하며 웃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버기를 타고 성벽 밖에 있었다. 날씨는 맑음. 일직선으로 뻗은 앞쪽에는 온통 초록색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자, 출발할까." 시즈 님이 운전석에서 고글을 쓰며 말했다. "응." 티가 조수석에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갑시다." 나는 티의 다리 사이에서 그녀의 손에 머리를 맡기며 말했다. 그러자 티가 내 머리를 끌어안고 뺨을 비비며 말했다. "응. 같이 가자. 리쿠는 일행이니까." 내 이름은 리쿠. 개다. 언제나 즐겁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딱히 언제나 즐거워서 웃는 것은 아니다. 그저 태어날 때부터 이런 얼굴인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즐거워서 웃고 있다. 나의 주인은 시즈 님이다. 언제나 초록색 스웨터를 입고 있는 청년인데 복잡한 사정으로 고향을 잃고 지금은 버기를 타고 여행 중이다. 일행의 이름은 티. 항상 말이 없고 수류탄을 좋아하는 소녀인데 복잡한 경위로 고향을 잃고 우리의 일행이 되었다. 버기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얇고 더러운 이불을 젖히고 커다랗게 기지개를 켰습니다. 아무도 없는 좁고 더러운 방에서 양쪽 뺨을 찰싹 두드리며. "좋았어!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 소년은 큰 소리로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그날 아침. 소녀는 조용히 눈을 뜨고 천개가 달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넓고 깨끗한 방에서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부디 오늘도 기분 좋게 노래할 수 있기를…." 소녀는 또렷한 어조로 기도했습니다. 그날 아침. 여행자는 모토라도를 타고 나라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성문 앞 광장에서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깨끗한 시트를 깐 침대에서 자고 싶어!" 여행자는 외쳤다. "입국하자마자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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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마이드를 조금 낮은 위치로 내밀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12, 3세 정도의 소녀. 아름다운 소녀가 사진 속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여름 하늘처럼 짙은 푸른색 눈동자에 허리까지 닿을 듯한 긴 금빛 곱슬머리. 옷은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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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만큼 새하얀 원피스. "이 애가 가희? 예쁜 소녀네요." 에르메스가 말했다. "그렇죠! 요정이 따로 없다니까요! 영화에서 움직이는 걸 보면 더 예뻐요!" 아주머니가 거친 콧김을 뿜으며 대답했다. "……." 키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사진을 응시했다. "분해?" "여자친구 삼고 싶어요?" 에르메스와 아주머니가 동시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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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는 일단 에르메스의 연료 탱크를 주먹으로 내리친 후, "아야." 아주머니에게 적당히 대답했다. "아뇨, 제겐 너무 과분한걸요." 그리고. "하지만 노래에는 정말 감동했어요. 여행을 하면서 들은 노래 중에 최고예요." 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머나, 기뻐라! 정말 기뻐요!" 마치 자신이 미인이고 칭찬받은 것처럼 그렇게 말한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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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좀 전과는 정반대로 마치 장례식에서 인사를 하는 듯한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좋을지…." "왜요?" 아주머니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고 에르메스가 물었다. 아주머니는 사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요즘…, 건강이 안 좋은 것 같아요." "가희가요?" "네. 요 몇십 일 동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신곡 얘기도 없고 말이죠. 지금까지는 국가에서 주최하는 사진 촬영회도 정기적으로 열리곤 했는데 지금은 예정조차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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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새로운 사진도 가게에 나오지 않는답니다. 영화 얘기도 못 들었어요." "흐응." "이건 소문이지만 얼굴을 다치는 바람에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게 되어서 영화에도 못 나오고 오랫동안 요양해야 된다더군요." "흐응." "그럼 안 되는데! 설마 이러다 은퇴라도 해버리면 우리는 어쩌면 좋아요!" 아주머니는 사진을 든 손을 떨며 탄식했다. "아아, 어쩌면 좋아…" 이윽고 아주머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비틀비틀 걸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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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흘러나왔다. 소녀의 목소리였다. 노래는 아침의 풍경에 녹아들어갔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는 내용의 평범하고 흔한 사랑 노래였다. 그 때문에 노래하는 사람의 가창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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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목소리가 더욱 돋보이는 상큼한 노래였다. "……." 허리에 두 자루의 패스에이더를 찬 여행자는 모토라도의 옆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거리에 늘어서 있는 집들의 창문이 차례차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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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노래가 끝났다. 『오늘도 멋진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멘트를 끝으로 방송은 끝났다. "체조가 아니었네."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린 후 에르메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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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는 시선을 내리며 대답했다. "멋진 노래였어. 노래도 좋지만 가수의 목소리와 창법이 정말 훌륭해. 마음에 들어." "오호, 키노가 그렇게까지 만족스러워하다니. 웬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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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끝난 직후 마치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광장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벽으로 걸어가는 사람, 가게 셔터를 여는 사람, 마차를 준비하는 사람, 자동차 시동을 거는 사람. 그 속에서 앞치마를 두른 중년 여자가 키노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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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님, 좀 전에 입국했죠? 노래 들었어요? 좋은 노래죠? 멋진 목소리죠?" "네, 무척." 키노가 네 가지 질문에 긍정을 표하자 아주머니는 몹시 흐뭇해하며 말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가희의 노래예요.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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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아이돌!" "흐응, 인기가 많나보네." 에르메스가 말했다. "물론이죠! 2년 전 어느 작은 회사에서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가수를 키우겠다며 오디션을 실시했어요. 그때 뽑힌 것이 바로 그녀죠. 데뷔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인기를 얻어서 지금은 이 나라에 팬이 아닌 사람은 없을 정도랍니다! 이게 그녀의 사진이에요."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브로마이드 한 장을 꺼냈다. "나도 보여줘요." 키노에게 보여주려던 아주머니는 에르메스의 말에 양쪽 다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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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고 이름과 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본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알려주라고 말이야." "그렇구나…." "그리고 우리에게는 돈을 받으면 인질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지. 이건 사업이야. 거꾸로 말하자면 돈을 주지 않고 우리를 공격할 경우 인질을 죽여도 상관없다는 뜻이지. 뭐 그런 경우는 없지만 말이야. 유괴한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사업이지만 몸값을 너무 세게 불러선 안 돼." "와, 그렇구나." 엘리어스가 감탄을 거듭하는 동안 유안과 사라 사이에서는 신사적인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유안이 말했습니다. 지금 몸값을 요구하면 돈을 받는 것은 빨라도 내일 저녁이라는 것. 따라서 인질을 풀어주는 것은 밤이나 다음날 아침이 될 테니 길면 하룻밤은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 이 거리는 위험한 곳이니까 방에서 도망치면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유안이 정중한 어조로 교사처럼 주의사항을 일러준 후. "알겠어요. 얌전히 기다릴게요." 사라는 착실한 학생처럼 대답했습니다. 어딘가 어른스러운 말투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라ㅡ." 유안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까닥하여 뒤에 서 있는 엘리어스를 불렀습니다. 엘리어스는 앞으로 몇 걸음 나섰습니다. 순간 그와 사라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어머? 한 명 더 있네요?" 사라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러나 어딘가 즐거운 듯이 말했습니다. "……." 엘리어스는 그 올곧은 시선에 압도당해 조금 뒤로 물러섰습니다. '한 명 더'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유안이 말했습니다. "아니, 이 녀석도 일단 우리 동료다. 이제부터 널 감시할 거다." "어머, 세상에! 이렇게 약해 보이는 남자애가?"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척이나 놀란 듯이 말했습니다. 로브와 케인은 소리 없이 웃음을 지었고 엘리어스는 노골적으로 발끈 화를 냈습니다. 부끄러운 나머지 그 반동으로 화가 난 모양이었습니다. "뭐야! 인질 주제에 건방지게!" "어머? 인질은 소중한 존재야. 많은 돈과 교환해야 하니까! 네가 유괴당해봤자 그런 돈이 나올까?" 사라가 두 갈래로 땋은 머리를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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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 사라졌습니다. 몇십 초 동안 창백하게 질려 있던 엘리어스가 유안에게 물었습니다. "굉장해…. 지금 그건? 지금 그건 어떤 정보로 그렇게 생각한 거죠?" "단순히 경험에 의한 감일 뿐이다." 유안이 대답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소녀의 눈에 비친 것은 얼룩투성이 천장이었습니다. 작은 전등 하나가 갓조차 없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불은 꺼져 있었지만 창문으로 새어드는 저녁 햇살 덕분에 방 안은 나름대로 밝았습니다. "오, 눈을 떴군, 아가씨."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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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소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소녀는 먼저 자신이 침대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방 안이 굉장히 좁고 지저분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구…?" 그리고 낯선 남자 네 명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로브, 케인, 방금 전 말을 건넸던 유안, 그리고 뒤에 숨어서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어스. "당황하지 말고 들어라. 우리는ㅡ." 유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괴범이죠? 그렇죠? 저 유괴당한 거로군요." 소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며 물었습니다. 맑은 목소리였습니다. 목소리도 태도도 유괴당한 사람치고는 묘하게 침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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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스는 어른들 뒤에서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래, 잘 아는군." 침대에서 일어선 소녀는 조용히 뒤로 물러선 유안 앞에 서서 꾸벅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전 사라 로렌스라고 해요. 주소는 동지구 2번 주택가 3번지 5. 전화번호는 동지구 299835. 비밀번호는 '하얀 옷과 모자'." "그럼 사라라고 부르지. 가정교육을 아주 잘 받은 것 같군. 덕분에 이쪽도 편하겠어." 유안과 사라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엘리어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로브의 귀에 입을 대고 어째서 이름과 주소를 순순히 밝힌 것인지, 그리고 비밀번호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로브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부자들의 자녀는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유괴를 당하면 절대 저항하지 말고 풀어줄 때까지 기다리라고 배우거든. 냉정하게 대화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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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이었습니다. "의외로 소문이 맞을지도…. 요즘 너무 오래 쉬고 있잖아." 로브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엘리어스는 슬퍼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냥 소문일 뿐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정보가 너무 적어. 정보도 없는데 결론을 내리지 마라." 그런 엘리어스를 향해 유안이 마치 교사처럼 침착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엘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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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저쪽이 왜 그런 가짜 연막탄 때문에 차를 세웠는지 아나? 유괴가 많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유안의 물음에 엘리어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몇 초간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모르겠어요…." "그 고급차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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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에는 구조상 결함이 있어. 배기관의 열 때문에 차체가 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지. 심할 경우에는 차체 전체가 타기도 해. 제조 회사는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지만 부자 고객들 사이에는 이미 소문이 퍼져 있지. 그 때문에 뒷부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쉽게 속고 말아. 그리고 실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ㅡ, 차를 세우고 문을 여는 행동을 하는 거다." "그렇군요! 굉장하다…." 감탄하는 엘리어스를 바라보며 유안은 강의를 계속했습니다. "행동할 때에는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냉정하게 움직여라. '용기' 따위는 필요 없다. 내 생각에 그건 '무모함'과 똑같은 거야."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하는 유안의 수염 난 얼굴을 바라보며 엘리어스는 짧게 대답했습니다. "아, 알겠어요." 유안은 다시 입을 다물고 앞을 바라보았습니다. 차는 숲에서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넓은 포장도로로 나와 다른 자동차들 틈에 섞였습니다. 드문드문 가게와 집들이 보이는 길을 다른 차들과 함께 속도위반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달렸습니다. 그때. "경찰이다." 로브가 짧게 외쳤습니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앞쪽에서 푸른색 순찰차 몇 대가 달려왔습니다. "히익ㅡ." 엘리어스가 작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당황하지 마. 이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라. 우리를 쫓아온 게 아니야." 유안이 냉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순찰차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맞은편 차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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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 그럴 리 없어요!" 엘리어스는 필사적으로 부정했습니다. 물론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의 바람일 야무지게 대꾸했습니다. 엘리어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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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스는 분한 듯이 이를 악물었습니다. 유안이 그런 엘리어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습니다. "이 녀석은 엘리라고 한다." "어머, 여자같은 이름이네요. 실은 여자애인가요?" 그 말에 엘리어스는 또다시 발끈했습니다. 유안이 냉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아니. 이름은 물론 가명이다. 우리는 악당이니까 말이야. 풀려날 때까지 이 소년이 너를 감시할 테니까 사이좋게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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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알겠어요." "내일 아침에는 풀려날 수 있을 거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데리러 올 테니까 그때까지 이곳에서 도망치지 마라. 이곳에서 벗어나면 네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알겠어요." 야무지게 대답하는 사라를 바라본 후 유안은 엘리어스에게 시선을 던졌습니다. "부탁한다. 맡은 일을 잘 수행해다오. 약속할 수 있겠지?" "네." 엘리어스는 긴장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아." 유안은 몸을 돌리며 다른 두 사람에게 이만 가자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케인은 엘리어스와 사라를 물끄러미 바라본 후 그 뒤를 따랐습니다. "자." 로브가 엘리어스에게 커다란 종이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엘리어스는 봉투를 품에 안고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안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빵과 비싸 보이는 잼 병이 들어 있었습니다. 엘리어스는 작게 침을 삼킨 후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부탁한다. 아까 계획한 대로 하면 돼. 여기서 연락을 기다려. 그리고 이제 그만 커튼을 닫아라." 로브의 말을 마지막으로 세 남자는 방에서 나갔습니다. 엘리어스는 일단 문을 잠갔습니다. 힘없는 빛을 뿌리는 전등을 켠 후 로브가 시킨 대로 서둘러 창문의 커튼을 닫았습니다. 넝마를 달아놓은 듯한 커튼이었지만 바깥에서 방 안이 보이지 않도록 가릴 수는 있었습니다. "휴우…." 엘리어스는 일단 마음을 가라앉힌 후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라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더 이상 바보 취급을 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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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의자에 앉아도 되고 침대에 앉아도 돼. 멀뚱멀뚱 서 있으면 거치적거리니까."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아…." 엘리어스는 깨달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의연하게 행동하던 사라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가늘게 떨고 있다는 것을. "넌 하나도 안 무서워!" 소녀는 울먹이며 느닷없이 물어뜯을 듯한 기세로 말했습니다. "어." 엘리어스는 당황했습니다. "아까 그 수염 난 사람이 무서워서 그래! '유괴범은 정중할수록 무서운 법이니까 절대 반항하지 말라'고 배웠단 말이야!" "아…, 응…." 엘리어스는 몇 번이나 작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았어…. 이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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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 사람은 화나면 무서울 것 같더라." "도망치지 않는 건! 네가 무서워서가 아니야!" "그래, 알았어. 난 약하니까. 무기도 없고…. 휴우…." "그래! 너랑은 아무 얘기도 안 할 거야! 여기서 도망치진 않을 거지만 이제부터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무시할 거야!" "……." 엘리어스는 아무런 반론도 못 하고 그대로 침대 구석에 털썩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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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도 울먹이며 반대편 구석에 털썩 앉았습니다. "……." "……."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거리의 소음만이 작게 들려오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꼬르륵. 누군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엘리어스는 오른쪽 옆을 바라보았습니다. 사라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조금 화가 난 표정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엘리어스는 머뭇거리며 말했습니다. "저기…, 빵 먹을래?" 사라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짧게 대답했습니다. "먹을래." "네, 알겠습니다. ㅡ네, 틀림없는 사라 아가씨입니다." 호화로운 응접실에서 집사가 전화를 받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소녀를 부르러 온 집사였습니다. 그의 주위에는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자들은 모두 씁쓸한 얼굴로 집사와 범인의 통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창 밖은 노을에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푸르렀던 하늘에 오렌지색이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돌이 깔린 넓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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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않도록 조금 강한 어조로. 원도 천천히 석양에 물들어갔습니다. 『우리를 우습게 보지 말기 바란다.』 유안이 전화를 통해 침착한 어조로 협박했습니다. 그 목소리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렸습니다. "네ㅡ. 저희도 멋진 수법을 보아하니 경험이 많은 프로의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가씨의 안전을 위해 몸값은 말씀하는 대로 지불하겠습니다ㅡ. 네, 말씀하신 금액은 곧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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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두 손으로 수화기를 단단히 잡은 채 어디까지나 공손하고 정중한 어조로 대답했습니다. 『그럼 장소를 지정하겠다. 지금 통화하고 있는 사람. 너 혼자서 와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시간은 해가 진 직후.』 "네. 그럼 저는 어디로ㅡ." 집사가 장소를 물으려고 한 순간이었습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고 양복 차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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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자가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며 남자를 바라보았습니다. 남자가 말했습니다. "죽었어…. 방금 전에 연락이 왔다…." 남자의 얼굴은 땀투성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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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고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몇 초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어이?』 유안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가 이제야 생각난 듯이 스피커를 응시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전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집사가 거짓말로 둘러대며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방 안에 있는 남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남자 한 명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집사에게 검지를 향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웠습니다. "……." 아무 말 없이 집사에게 패스에이더를 쏘는 동작. 그리고 손바닥을 자신의 목 언저리에서 수평으로 움직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죽이라'는 의미였습니다. "……." 집사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입을 다문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의 남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연락이 왔습니다. 돈을 준비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몸값은 밤에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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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든 숲에 닿으려 하고 있을 때. 잠들어 있는 키노와 에르메스가 있는 방에 벨이 울린 직후 요란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우웅?" "손님이야, 키노." 엎드린 채 고개를 든 키노와 에르메스가 말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키노는 투덜거리며 오른손으로 홀스터에서 <캐논>을 뽑아들고 문으로 다가갔다. "저녁식사 서비스인가?" 에르메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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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는 그럴 리 없다고 중얼거리며 문으로 걸어갔다. 키노는 문을 열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물었다. "누구시죠?" "여행자님! 여행자님이시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렇습니다만." "어제 입국한 상인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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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님이 굉장히 강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신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제발! 시간이 없습니다!" "네?" 키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석양에 물든 엘리어스의 방. "응, 맛있게 잘 먹었다." "……." 사라는 잼을 바른 쿠페 빵을 두 조각 정도 먹어치운 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엘리어스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었습니다. 테이블에는 작은 빵부스러기와 반 이상 줄어든 잼 병, 그리고 차가 담긴 머그잔이 놓여 있었습니다. 잔이 하나밖에 업어서 차는 사라 혼자서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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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끓인 것은 엘리어스였습니다. "부잣집 아가씨는 이렇게 많이 먹지 못하는 줄 알았어." 엘리어스가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 넌 부자에게 너무 편견이 많구나." 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미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부자들의 생활 따위 알 게 뭐야…." 엘리어스가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너, 엘리라고 했지?" "그, 그런데." "부모님은 안 계시니?" "없어. 원래 엄마밖에 없었는데 2년 전에 돌아가셨어." "그렇구나." "동정 따윈 필요 없어. 혼자서도 열심히 일해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지금은 이 모양이지만 그때까지 열심히 노력할 거야!" "동정 따위 안 해. 나도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사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엘리어스는 깜짝 놀라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사라를 바라보았습니다. "뭐야? 그렇게 놀라워?" "그럼…,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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녁. 태양이 오렌지색 덩어리로 변하여 노랗고 붉게 ?" "어른들과 함께 살고 있긴 하지만ㅡ, 실은 너와 똑같아." "무슨 뜻이지?" 엘리어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사라는 잘난 척하며 가슴을 펴고 말했습니다. "내 힘으로 일해서 살고 있다는 뜻이야! 게다가 너보다 많이 번단다!" "잘난 척하지 마! 많이 버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 "그뿐만이 아니야! 나이도 내가 위잖아? 엘리, 너 몇 살이니? 열 살 정도?" "웃기지 마! 난 열두 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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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지난 달!" "그럼 내가 누나네! 난 다음날이면 열세 살이야!" 엘리어스는 더욱 발끈했지만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못 했습니다. "어머, 목이 마르네. 차 한 잔 더 줄래?" 사라가 여봐란 듯이 우아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엘리어스는 뾰로통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방구석에 놓여 있는 작은 전기스토브로 다가가서 주전자의 무게를 확인한 후 스위치를 켰습니다. 그리고. "돈을 받으면 레코드와 축음기를 사야지. 그때까지 참아야 돼."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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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고 했니?" 사라가 물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엘리어스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밤. 태양은 서쪽 대지로 가라앉고 이미 잔광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동쪽 하늘에는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탁 트인 숲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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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가 서 있었다. 유안, 케인, 그리고 로브. 달빛이 지상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숲 속에서 세 남자는 나무줄기에 등을 댄 채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해 서 있었다. 주위에 집은 없었다. 인공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몇 겹으로 세 사람을 감쌌다. 케인이 손목시계로 흘낏 시선을 던진 후 아무 말 없이 팔을 내렸다. "어이. 서쪽이다." 유안이 말했다. 세 사람은 그가 말한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멀리서 헤드라이트 불빛 하나가 보였다. 때때로 숲 속의 나무들 사이로 숨으며 불빛은 확실하게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뭐지? 모토라도를 타고 온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로브는 그렇게 말하며 품 안에서 소형 리볼버를 뽑았다. 총신이 극단적으로 짧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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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가 해머를 덮는, 여차하면 주머니 안에서도 쏠 수 있는 타입이었다. "내가 쏠 때까지는 쏘지 마라." 유안은 그렇게 못을 박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헤드라이트를 응시했다. 작게 들려오던 엔진소리가 차츰 커졌다. 모토라도는 숲 속의 풀들을 짓밟으며 천천히 세 남자에게 다가왔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나무 뒤에서 조용히 앞으로 나선 유안을 비췄다. 모토라도가 멈췄다. 엔진소리가 멈추고 헤드라이트가 꺼졌다. 숲 속은 또다시 벌레 울음소리와 달빛으로 가득 찼다. 모토라도 탱크가 달빛을 반사하여 둔탁하게 빛났다. 운전사가 사이드스탠드를 내리는 금속성 음이 유달리 크게 울려 퍼졌다. "저ㅡ, 실례합니다. 거기 계신 세 분." 키노가 옆집 사람이라도 부르는 듯 조금 태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 남자는 그 목소리가 무척 젊다는 것에 놀라며 서로를 흘낏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냐'?" 유안이 물었다. 키노가 대답했다. "'하얀 옷과 모자를 사러 왔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유안은 옆 나무 아래 서 있는 로브에게는 그곳에 있으라고, 케인에게는 따라오라고 손가락으로 지시를 내렸다. 두 사람은 풀을 밟으며 패스에이더를 품에 넣은 채 키노에게 다가갔다. 키노는 검은 재킷 차림에 모자를 쓰고 목에 고글을 걸고 있었다. 오른쪽 허리에는 <캐논>, 허리 뒤에는 <숲의 사람>이 꽂혀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온 두 남자를 바라보며 키노는 극히 평범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당신들이 '장사꾼'인가요?" 두 남자는 몇 미터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유안이 키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다. 너는 누구냐?" "저는 오늘 이 나라에 입국한 여행자입니다." "여긴 왜 온 거냐?" "의뢰를 받고. 이곳으로 가방을 들고 가서 남자들에게 건넨 다음 '하얀 옷과 모자'가 있는 곳을 알아오라더군요. 의뢰를 한 사람은 부잣집 집사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올 수 없게 됐다는 말만 들었을 뿐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가방은 어디냐?" 케인이 물었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짐받이에 고무 끈으로 묶어두었습니다. 이제 풀어도 될까요?" 유안이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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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는 에르메스 뒤로 돌아가서 짐받이의 고무 끈을 풀었다. 금속 가방을 들고 남자들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4미터 정도 앞의 풀 위에 놓았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유안과 케인이 가방으로 다가갔다. 케인이 가방을 들고 그것을 열었다. 안에는 지폐 다발이 가득 담겨 있었다. 케인은 가방 안을 확인한 후 지폐 다발이 전부 진짜인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지폐 다발의 수를 세었다. "좋다." 케인은 케이스를 닫았다. 달칵 하는 소리를 내며 버클이 닫혔다. 그 순간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에르메스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ㅡ. 둘ㅡ." "'하얀 옷과 모자'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십시오." 키노의 말에 유안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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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구 15번가가 어딘지는 알고 있겠지? ㅡ그곳 18번지에 23호라는 판잣집이 있다. 그 판잣집 한 방에 있다." "어?" 유안의 말을 듣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로브가 몹시 놀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안은 아랑곳없이 말을 이었다. "그곳에 같은 또래의 소년과 함께 있다. 그는 우리가 패스에이더로 협박해서 방을 빌렸다. 자신도 한패라고 우길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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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도록 협박한 것뿐이다. 그도 피해자니까 '하얀 옷과 모자'와 함께 보호하도록 경찰에게 전해라." 키노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확인하겠습니다. 남지구 15번가 18번지 23호. 그곳에 있는 소년과 함께 보호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 그럼 거래는 끝이다." 유안은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로브가 키노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가운데 유안과 케인은 키노에게서 멀어져갔다. 키노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지켜보았다. 남자들은 숲의 어둠에 섞여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 안 씨. 어쩔 셈입니까." 로브가 아직 손에 리볼버를 든 채 두 사람을 맞이하며 물었습니다. 세 남자는 멀리 숨겨둔 자동차를 향해 어두운 숲 속을 빠른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유안이 대답했습니다. "어쩔 셈이긴. 그 꼬마의 일은 오늘로 끝이다." "그럼 처음부터ㅡ? 오직 우리가 도망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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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벌기 위해서, 방을 사용하기 위해서ㅡ?" 유안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 꼬마는 그 정도밖에 도움이 안 되니까." "저한테 미리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로브가 그렇게 말하자 아무 말 없이 가방을 들고 있던 케인이 문득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미리 말하지 않아서." 조금도 미안하지 않은 목소리였습니다. 로브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저, 녀석의 몫은? 우리가 가지는 겁니까?" "일단 계좌를 만들어서 돈을 넣어뒀다가 사태가 수습될 때쯤 가르쳐주려고. 그때 레코드와 함께 통장을 보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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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이 대답했습니다. "참 느긋한 계획이로군요…. 뭐 상관없습니다만." 로브는 조금 어이없어하며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우린 어쩔 겁니까? 다음 일은?" 그리고 성급하게 그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유안이 말했습니다. "다음 일은 없다." "네?" "이게 우리의 마지막 일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더러운 일을 했다. 사람도 죽였지.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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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물건이나 사러 와라." 유안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싸게 팔아주십시오." 로브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돈 많이 벌면 와서 팍팍 써라." 케인도 즐거운 듯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순간ㅡ. "200ㅡ." 에르메스가 그렇게 말한 순간ㅡ. 케인이 들고 있던 가방이 폭발했다. 가방 앞뒤와 양옆에서 불꽃과 폭풍(爆風), 그리고 작은 금속 파편이 무수히 튀어올랐다. 가방을 들고 있던 케인의 몸은 뒤로 날아가서 굵은 나무줄기의 상당히 높은 위치에 부딪힌 후 허공으로 튕겨나가 풀 위에 떨어졌다. 그때 이미 케인의 양팔과 양다리와 얼굴은 사라져 있었다. 남은 몸통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른쪽 옆에 있던 로브는 파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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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케인도 그만 손을 씻을 생각이다. 이 돈으로 고향에서 가게라도 시작해야지.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살 생각이다. 지금까지 거짓말로 가족들을 속여왔다. 이제야 겨우 늘 함께 지낼 수 있어." 로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케인을 바라보았습니다. "미안하다. 미리 말하지 않아서." 케인이 조금도 미안하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으아ㅡ! 또 나만 쏙 빼고!" "로브ㅡ. 넌 젊지만 제법 쓸 만했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하려면 우리가 가르쳐준 것을 지켜라. 그럼 이쪽도 저쪽도 죽는 사람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거다.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다. 알겠나?" "네!" 유안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후 로브는 그래도 쓸쓸하다며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케인이 문득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늘 밤 헤어지면 다음에 마을에서 만나더라도 아는 척하지 마라. 그때는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케인 씨. 유안 씨도.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악당에게 고맙다고 하면 어쩌냐?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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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정통으로 맞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젖혔다. "크악!" 풀 위에 쓰러진 그의 왼쪽 손목에서 분수처럼 선혈이 뿜어올랐다. "으악! 커헉! 히익! 크헉!" 그는 8초 정도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허공을 쥐어뜯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 뒤에 서 있다 폭발과 함께 엉덩방아를 찧은 유안은 한동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그의 주위는 온통 불타고 있었다. 폭발과 함께 날아온 지폐에 불이 붙어서 마른 풀잎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숲 속이 조금 밝아졌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건가." 그 중얼거림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가슴에서 뿜어 나온 피는 여전히 기세를 늦추지 않고 왼팔뿐 아니라 복부에서 양다리로 흘러내렸다. 수염을 기른 남자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이윽고 그는 지폐가 만들어낸 화톳불 속에 쓰러져서 코를 고는 것처럼 길고 커다란 숨을 내쉰 후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지폐가 대부분 재로 변하고 시체가 어둠에 녹아 사라지기 시작할 무렵 헤드라이트 불빛이 세 구의 시체를 비췄다. 키노는 사이드스탠드를 내려 에르메스를 세운 후 라이트를 켠 채 한 손에 <캐논>을 들고 세 구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전부 죽었군." "꽤 강력한 폭약인데, 키노." "의뢰인은 이 사람들이 반드시 죽기를 바랬으니까." 키노는 오른손에 <캐논>을 든 채 왼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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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모자를 벗어서 가슴 앞에 대고 묵념했다. 이윽고 키노는 눈을 뜨고 모자를 쓴 후 에르메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캐논>을 홀스터에 꽂았다. "흠ㅡ, 아까 저 사람들이 가르쳐준 곳까지 얼마나 걸릴까?" "음ㅡ, 숲을 지나서 도로로 나가면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그럼 가자." 키노는 에르메스를 타고 숲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한 명." 키노의 말에 에르메스가 동의를 표했다. "응ㅡ, 이제 한 명 남았어." 세 사람의 시체가 또다시 어둠에 감싸일 무렵. "……." 엘리어스는 다리를 벌리고 의자에 거꾸로 앉아서 자신의 침대를 점령한 채 잠들어 있는 사라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창문의 커튼은 닫혀 있었고 천장에는 힘없이 빛나는 작은 전등 하나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사라는 엘리어스의 침대에서 기분 좋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차에서 덮었던 담요를 둘둘 말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엘리어스가 애용하는 담요는 동그랗게 말려서 방구석에 팽개쳐져 있었습니다. "연락은 아직 멀었나…." 엘리어스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아침이 오기 전에 로브가 와서 그녀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엘리어스의 역할은 그걸로 끝입니다. 그럼 사라와는 영원히 헤어져서 두 번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되겠지요. 엘리어스는 또다시 사라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흐트러진 붉은 머리카락에 살짝 뒤덮인 주근깨투성이 얼굴. "……." 한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던 엘리어스는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앗, 뭐야! 내가 좋아하는 건 가희야." 그리고. "휴우…." 한숨을 쉬며 지친 얼굴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차츰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자면 안 돼…. 깨어 있어야…." 그렇게 말한 직후 그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시간이 흐른 후ㅡ. 둔탁한 빛이 실내를 비췄습니다. "웃!" 얼굴을 어루만지는 빛에 눈을 뜬 엘리어스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 근처 골목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였습니다. 빛은 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와 바닥과 벽을 비추며 흘러갔습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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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스는 기뻐하며 의자에서 일어나 커튼을 살짝 열고 창 밖을 살펴보았습니다. 판잣집이 드문드문 서 있는 거리.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달빛. 그 빛에 섞여 50미터쯤 떨어진 골목에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였습니다. 엘리어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헤드라이트가 꺼졌습니다. 환한 빛이 사라지자 자동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ㅡ." 엘리어스는 숨을 삼켰습니다. 그것은 로브의 차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파란 차였습니다. 차에서 내린 것은 제복을 입은 경관들이었습니다. 뒷좌석 문이 열렸습니다. 네 명의 건장한 남자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허리의 벨트에서 경찰봉을 뽑아들었습니다. 하얀 떡갈나무 봉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여, 여길 들킨 거야…." 엘리어스는 벽에 등을 기대고 창가에 주저앉았습니다. 주저앉은 채 이를 부딪치며 공포에 떨었습니다. "도, 도, 도망쳐야 돼…." 엘리어스는 천천히 침대를 바라보았습니다. 경찰에 쫓기는 원인인 소녀는 조용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엘리어스는 고개를 들고 커튼 아래로 밖을 살펴보았습니다. 경관들은 아직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한 경관이 근처의 집을 노크했습니다. 집주인이 귀찮다는 얼굴로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아직 이 집이라는 것까지는 모르고 있나보지…. 하지만…. ㅡ!" 엘리어스는 벌떡 일어섰습니다. "일어나!" 그리고 사라의 담요를 퍽퍽 내리치며 목소리를 죽이고 외쳤습니다. 몇 번쯤 내리치자 사라가 어렴풋이 눈을 뜨고 엘리어스를 쳐다보았습니다. "뭐야?" "이, 일어나! 도망쳐야 돼!" "왜…?" "아, 아무튼!" 스스로 생각해도 별다른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엘리어스는 잠에서 깨어난 사라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습니다. 순간 프릴이 잔뜩 달린 분홍색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옷은 너무 눈에 띄어…." 엘리어스는 재빨리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상자에 들어 있는 자신의 옷을 꺼냈습니다. 갈색 바지와 초록색 재킷, 셔츠. 엘리어스는 그것을 사라에게 던지며 말했습니다. "갈아입어!" "왜?" "아무튼!" 공포에 질려 필사적인 엘리어스는 바깥의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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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들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험악한 기세에 눌린 사라는 역시 큰 소리로 외치며 대답했습니다. "아, 알았으니까 돌아서!" 순찰차에서 내린 경관들은 노크소리를 듣고 나온 잠옷 차림의 주인에게, "그럼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십시오." 그렇게 말한 후 다시 골목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도 아니야. 벌써 여섯 집째인데. 정말 이 거리 맞아?" 한 경관이 동료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 도난당한 옷장을 숨겨뒀다는 곳이." "잘못된 정보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전부 찾아봐야지." 다른 경관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꽤 가까워진 엘리어스의 방이 있는 판잣집을 가리켰습니다. 방은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저기는? 방이 있는데." "아, 저기는 제일 나중에 조사해도 돼." 경관은 동료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유를 물었습니다. "저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엘리어스라는 꼬마뿐이야. 보기 드물게 성실한 녀석이지. 도둑질 따윌 할 리가 없어." 그 대답을 들은 경관들은 다른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금이야! 빨리 뛰어!" "대체 뭐야…." 옷을 갈아입은 사라와 엘리어스는 판잣집 옆에서 뛰어나와 어둠 속으로 도망쳤습니다. 엘리어스가 옆구리에 끼고 있는 것은 동그랗게 만 담요와 도시락통 크기의 나무상자. 사라가 들고 있는 것은 남은 빵을 넣은 종이봉투. 시간은 심야. 하늘 높이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엘리어스라는 꼬마, 방에 없는데? 창문으로 들여다봤는데 방에는 아무도 없어. 옷장도 없고." "밤놀이라도 배웠나? 돌아가자." 경관들은 순찰차를 타고 달빛에 잠긴 골목에서 떠났다. 순찰차의 미등이 사라짐과 동시에 판잣집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총총걸음으로 골목을 가로질렀다. 모자를 쓰고 얼굴에 검은 천을 감은 키노였다. 키노는 발소리를 죽이고 엘리어스의 방이 있는 판잣집으로 다가갔다. 판잣집 옆에 도착한 키노는 현관 옆에 적혀 있는 주소를 확인한 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어둡고 짧은 복도를 소리 없이 걸어서 엘리어스의 방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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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는 아무 말 없이 왼손으로 <숲의 사람>을 뽑았다. 안전장치를 풀고 그립에 붙어 있는 작은 스위치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조준용 레이저사이트가 한순간 문에 빨갛고 작은 점을 새겼다. 키노는 문으로 오른손을 뻗어 손잡이를 조용히 돌렸다. 잠겨 있지는 않았다. 키노는 <숲의 사람>을 든 채 천천히 문을 밀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커튼 틈새로 희미한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어두운 방에 빨갛고 작은 불이 켜졌다. 책상. 침대와 침대 밑. 방구석. 문 뒤. 좁은 방 안에 사람이 숨을 만한 곳은 없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키노는 레이저사이트 스위치를 껐다. 빨간 점이 사라졌다. "으…, 한 발 늦었군." 키노는 작게 중얼거렸다. "보다시피 놓쳤어. 방금 전까지 분명히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라라? 눈치 챘나? 어쩌냐, 키노." "아직 이틀 남았어." 방 한가운데에는 에르메스가 센터스탠드로 서 있었다. 키노는 천을 풀고 모자를 벗은 후 침대에 걸터앉았다. "피곤해." 그리고 그대로 벌렁 누웠다. 그 옆에는 키노가 담요 아래에서 발견한, 단정하게 접은 분홍색 원피스가 놓여 있었다. 달빛을 받아 프릴이 청백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키노? 지금부터 여기저기 찾으러 다닐 거야?" "아니, 에르메스를 타고 달리면 소리를 듣고 도망칠 게 뻔해. 하수도로 도망쳤다면 그것조차 무리야. 에르메스 너도 그런 곳을 달리고 싶진 않겠지?" "두말하면 잔소리." "뭐 그런 거지. 나도 좀 자고 싶으니까 오늘은 이만 끝." 키노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까지 사라가 자고 있던 침대에 누웠다. "키노?" "범인이 돌아올 가능성도 아주 없진 않으니까 일단 눈 좀 붙일래. 날이 밝으면 다시 수색 시작." "아, 그러셔. 나야 상관없지만. 모처럼 호텔을ㅡ." "말하지 마." "네, 네. 그럼 누가 오면 깨워줄게. 잘 자, 키노." "응, 잘 자. ㅡ모처럼 호텔을 잡았는데." "안 됐다." 엘리어스와 사라는 짧은 돌다리 밑에 있었습니다. 밝은 달빛 덕분에 발 밑에서 흐르는 시냇물과 양옆에 펼쳐져 있는 밭이 뚜렷하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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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습니다. 벌레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렸습니다. 기온은 낮보다 상당히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멀리서 힘없이 빛나던 어느 집의 불빛 하나도 지금은 꺼져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집에서 도망쳐나와 오랫동안 달렸습니다. 아니, 사실 오랫동안 달렸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사라가 금방 숨이 차서 달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후로 쉬엄쉬엄 걷긴 했지만 결국 사라는 마을과 제법 떨어진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차가운 시냇물을 손으로 떠 마신 후에야 겨우 진정을 되찾은 사라는 돌다리에 머리를 기대며 오른쪽 옆에 앉아 있는 엘리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거의 노려보는 것 같았습니다. "왜? 어째서? 밤이나 아침에 풀어주겠다고 했잖아?" "나도 몰라ㅡ. 연락은 없고 경찰은 쳐들어오고." 영문도 모른 채 이런 곳까지 왔을 뿐더러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엘리어스는 힘없이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경관에게 구해달라고 소리 지를걸!" "그, 그런 짓을 했더라면ㅡ." "그런 짓을 했더라면?" "그, 그냥 놔두지 않았을 거야!" "뭐야! 건방지게! 너 하나쯤은 하나도 겁나지 않아!" "그럼 왜 안 도망쳤냐!" 이미 대화는 말다툼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사라는 엘리어스의 기분 따윈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물어뜯을 듯한 기세로 대꾸했습니다. "그 수염 난 사람이 무서워서 그랬다, 왜! 너 따윈 하나도 안 무서워!" "……." "그리고! 이런 곳에 있다가 나쁜 사람한테 습격당하기라도 하면 어쩔 거야! 너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지켜줄 수 있어?" 그럼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엘리어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힘없이 고개를 숙여서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거북이처럼 머리를 감추고 도망치는 엘리어스의 모습을 보자, "……." 사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어스는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잠들어버렸습니다. 사라가 두 번쯤 말을 걸었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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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라는 당연한 듯이 자기 옆에 놓여 있던 담요를 펼쳐서 엘리어스에게 반을 덮어주었습니다. 좀처럼 깨지 않는 엘리어스의 옆에 앉아서 사라는 나머지 반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아침. 서늘한 가을 새벽이 찾아왔습니다. 세상은 푸르스름한 어둠에 잠겨 있었습니다. 바람도 없고 새들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소리 없는 세계. "응…?" 엘리어스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는 곧 자신이 눈을 감았던 장소에 눈을 감았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몸에 담요가 덮여 있다는 것도. "앗!" 허둥지둥 왼쪽 옆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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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옆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아…." 엘리어스가 절망에 빠져 반쯤 울먹이며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어머! 깼니?"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두 갈래로 땋은 머리가 거꾸로 늘어져 있었습니다. 위아래가 거꾸로 뒤집힌 주근깨투성이 얼굴이 보였습니다. 엘리어스는 멍하니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사라가 씩씩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할래? 네가 어떻게든 해줄 거지?" "뭐? 저기…." 잠시 혼란에 빠졌던 엘리어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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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래!" 라고 외치며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 세 사람을 찾아서 합류하는 거야! 쉽게 잡힐 사람들이 아닌걸! 만나면 지시를 내려줄 거야! 경찰에 잡히지 않았다고 다들 칭찬해줄 거야! 그리고 사라도 풀어줄 거야!" 엘리어스는 기쁜 듯이 말했습니다. 사라는 일단 머리를 거두고 다리 옆에서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엘리어스 앞에 서서 물었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가자! 그 사람들을 찾아보자!" "어디에서 무슨 수로? 이 나라는 넓어. 게다가 이동을 하려면 돈이ㅡ." "걱정 마!" 엘리어스는 그렇게 말한 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자신의 발 밑에 있는 작은 나무상자를, 자신의 방에서 가져온 나무상자를 물끄러미 응시했습니다. "……." 그리고 발로 힘껏 밟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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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가벼운 파괴음과 함께 나무상자는 쉽사리 부서졌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라의 눈앞에서 엘리어스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나무상자의 잔해에서 뭔가를 주워 모았습니다. 그것은 20개가 조금 못 되는 동전이었습니다. 대부분 싸구려 구리동전이었습니다. "내가 저금한 돈이야. 사고 싶은 게 있어서 열심히 모았어. 굉장하지?" 엘리어스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손 안에 있는 자신의 전 재산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두 사람이 며칠 동안 식비와 이동비로 쓸 수는 있겠지만 저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금액이었습니다. "이걸로 아침을 먹고 마차를 타자!" "…괜찮겠어?" 엘리어스는 사라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가자고 말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재킷 안주머니에 동전을 넣으며. 사라는 잠시 산산조각 난 나무상자를 응시했습니다. "……." 그리고 엘리어스의 뒤를 쫓아 다리 아래에서 나왔습니다.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차츰 밝게 물들어갔습니다. 차츰 밝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키노는 작게 중얼거렸다. "헛짚었나보네…." 키노는 낡고 더러운 침대 위에 앉아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안 돌아오네." 에르메스가 말했다. 키노는 벌떡 일어서서 왼손에 들고 있던 <숲의 사람>을 홀스터에 꽂으며 말했다. "다음 행동 개시." 새벽에서 일출로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세상이 점점 밝아지고 하늘이 점점 푸르게 물드는 가운데. "역시 로브 씨의 차야." 엘리어스와 사라는 넓은 길에서 커브를 돌아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숲 속의 샛길에 세워놓은 검은 차 옆에 서 있었습니다. 차를 발견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습니다. 이쪽으로 왔을 거라는 생각에 요금을 지불하고 마차를 탄 두 사람은 모퉁이 앞쪽에서 차를 발견하고 서둘러 마차에서 내렸습니다. 엘리어스는 차 문을 당겨보았습니다. 잠겨 있어서 열리지 않았습니다. "돈은 숲 속에서 받는다고 했어. 찾아보자" 차 안을 들여다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엘리어스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곤경에 처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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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는 입을 다문 채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하지만 어디에서 무슨 수로? 사방이 숲이잖아." 엘리어스는 아무 말 없이 좌우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이쪽일 거야! 아마도!" 아무 근거도 없는 그 말에 사라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찾으러 가자!" 하지만 반론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큼성큼 숲 속으로 걸어가는 엘리어스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한 것은ㅡ. 세 사람의 무참한 시체였습니다. 천을 찢는 듯한 높고 긴 비명이었다. 엘리어스와 사라가 앞쪽에 몰려 있는 새들을 발견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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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주저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새들이 날아가고 그곳에서 뭔가 붉은 물체가 보였다.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반쯤 뜯어 먹힌 얼굴과 머리, 수염이 보였다. 유안이었다. 사라는 비명을 질렀다. "……." 엘리어스는 눈을 크게 뜨고 이를 딱딱 부딪히며 그 광경을 보았다. 눈앞에 반쯤 뜯어 먹힌 유안의 머리가, 오른쪽 옆에 팔다리도 얼굴도 없는 양복을 입은 인간의 몸통이, 그리고 왼쪽 옆에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린 로브가 쓰러져 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타고 남은 지폐의 잔해가 아침 이슬에 젖어 낙엽에 섞여 있었다. "어, 째서ㅡ. 왜…?" 엘리어스가 중얼거림과 동시에 그의 뒤에서 사라가 털썩 주저앉았다. 정좌 자세에서 다리를 살짝 벌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비명 후에 처음으로 흘러나온 말은ㅡ. "역시…, 역시…." 그 말을 들은 엘리어스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라를 돌아보았다. 아직 팔다리가 떨리고 어금니가 딱딱 부딪쳤다. 그래도 엘리어스는 사라에게 물었다. "'역시'? 그게 무슨 뜻이지?" 사라는 양손으로 앞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엘리어스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역시 죽이려는 거야! 내가 죽길 바라는 거야!" "무슨 소리야?" "'그녀'가 죽었으니까! 나도 죽길 바라는 거야! 난 필요 없어! 난 더 이상 필요 없어! 난 더 이상 필요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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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난 더 이상 필요 없는 거야! 필요 없는 거야! 필요 없는 거야!" 되풀이되는 외침. 앞머리를 쥐어뜯을 듯이 힘이 들어간 팔을 바라보며 엘리어스는 사라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 엘리어스는 다시 한 번 유안을 바라보았다. 떨림은 멈춰 있었다. 수염이 돋은 남자의 코 위는 원형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엉망으로 뭉개져 있었다.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아래로 움직인 엘리어스는, "……." 유안의 양복 오른쪽 안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이젠 필요 없는 거야…." 엘리어스는 헛소리처럼 중얼거리는 사라를 남겨두고 유안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일곱 걸음 정도 걸어서 그의 시체 앞에 섰다. "내가…, 지켜야 해…." 엘리어스는 시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피 냄새가 풍기는 안주머니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검은 물체를 움켜잡고 그것을 당겼다. 엘리어스는 숨을 내쉬며 그것을 응시했다. 소음기가 달린 가느다란 자동식 패스에이더. 그립이 가늘기 때문일까, 오른손에 쥐자 방아쇠에 손가락이 닿았다. 엘리어스는 왼손으로 안전장치를 내리고 오른팔을 들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눈앞에 있는 작은 나무줄기를 겨눴다. 방아쇠를 당기자 피융 하는 맥이 빠질 만큼 작은 소리와 함께 탄환이 발사되었다. 탄환은 대충 엘리어스가 겨눴던 곳에 맞았다. 손에 작은 반동이 느껴졌다. 금색 탄피 하나가 오른쪽 옆으로 날아갔다. "……."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움찔 떨긴 했지만 엘리어스는 이윽고 손 안의 무기를 힘껏 움켜쥐었다. 엘리어스는 몇 번이나 실패한 후 안전장치를 걸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유안의 오른쪽 안주머니를 뒤졌다. 그곳에는 탄환을 넣은 묵직한 예비 탄창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오른손에 패스에이더, 왼손에 두 개의 탄창을 든 채 엘리어스는 몸을 일으켰다. 거의 동시에 태양이 숲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숲 속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엘리어스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사라를 향해 외쳤다. "도망치자!" 십자선이 그려진 렌즈 안에서 엘리어스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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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건너 수백 미터 떨어진 숲 속에서 몇 배로 확대된 엘리어스의 모습을 십자선의 중심에 맞추며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역시. '범인은 범행현장에 돌아오는 법이다'." "그거 누가 한 소리야?" "언제였더라, 어디선가 읽은 책에 나온 말이야. '어쩌구저쩌구 살인사건'." "좀 별로네. 무엇보다도 이 경우 살인범은 키노잖아. 게다가ㅡ." 엘리어스를 지켜보고 있던 것은 키노였습니다. "모토라도를 사격대로 쓰다니 너무해. 삼각대를 써." 검은 재킷 차림의 키노는 센터스탠드로 세워둔 에르메스의 시트에 <플루트>를 얹고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표적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키노는 왼쪽 눈을 뜬 채 오른쪽 눈으로 저격용 스코프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거치적거리는 모자챙은 살짝 구부려서 위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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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지금 엎드리면 아침 이슬 때문에 배가 축축하게 젖는단 말이야." 키노가 말했습니다. "프로 저격수가 들으면 울겠다." 에르메스는 진심으로 기가 막혀했습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엘리어스가 있는 곳과 늪을 사이에 끼고 수백 미터 떨어진 숲 속에 있었습니다. 세 사람이 폭발로 사망한 곳이 수많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기적처럼 절묘한 위치였습니다. 또한 유일한 저격 포인트이기도 했습니다. 땅에는 마른 낙엽이 융단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에르메스는 저쪽에서 보이지 않도록 나뭇가지를 여러 개 얹어서 위장해놓았습니다.< 플루트>의 총신에도 낙엽을 붙이고 키노의 모자 위에도 잔뜩 올려놓았습니다. "아무튼…, 기다린 보람이 있군." 둥근 스코프 안에서 소년이 움직였습니다. 태양이 떠올라 주위가 밝아진 덕분에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소년은 시체의 주머니를 뒤져서 지갑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함께 있는 건 역시 그 소년인 것 같군. 협박했다는 건 역시 거짓말인가?" "내 생각엔 속아서 이용당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ㅡ." 키노는 소년의 움직임을 따라 십자선을 움직였습니다. 검지가 방아쇠로 다가갔지만 아직 닿지는 않았습니다. 소년의 뒤에는 소녀가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소년과 체격은 비슷했지만 두 갈래로 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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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때문에 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에르메스가 작게 말했습니다. "실수로 먼저 쏘지 마. 체격이 비슷하니까." "걱정 마. 이런 경우 패스에이더를 들고 있는 쪽이 범인이고 들고 있지 않은 쪽이 인질이야." "그거 참 알기 쉽군." "저건 22 LR탄 패스에이더로군. 나중에 탄환을 뺏을까? ㅡ지금은 살짝 겹쳐 있어서 쏘기 힘들군. 뼈에 맞아서 엉뚱한 방향으로 튕기기라도 하면 곤란하거든." 키노는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표적을 조준했습니다. 시체를 뒤지던 소년이 이윽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첫발이 빗나가서 엎드리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져. 한 발로 끝낼 수 있으면 좋은데…." 소년이 소녀의 옆에 서서 뭔가를 말했습니다. 키노의 시야에서 겹쳐 있던 두 사람이 떨어졌습니다. 어느 한쪽을 겨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키노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닿았습니다. 키노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후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동그란 렌즈의 십자선이 살짝 움직여 표적인 인간의 가슴에 정확히 멈췄습니다. 그리고ㅡ. 갑자기 새까매졌습니다. "?" 키노는 당황하며 왼쪽 눈을 떴습니다. 그러자 황당한 광경이 눈에 비쳤습니다. <플루트>의 총신 끝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서 쉬고 있었습니다. "이봐, 비켜." 키노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플루트>를 가볍게 흔들었습니다. 새는 3초 후 날아갔습니다. 그러나. "틀렸어…." 또다시 스코프를 들여다본 키노의 눈에 비친 것은 거의 하나로 겹친 채 숲 너머로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키노는 한숨을 쉬며 <플루트>를 올렸습니다. 머리와 총신에서 낙엽이 팔랑팔랑 떨어졌습니다. "또 놓쳤어, 키노?"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던 키노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대답했습니다. "에르메스가 늪 위를 달릴 수 있으면 쫓아갈 수 있는데." "그건 무리야." 키노는 또다시 작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지트로 돌아가진 않을 테고 다른 빈민가로 도망칠지도 몰라….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도망치면 찾기 힘든데." "까딱하면 내일 저녁까지 일이 끝나지 않을지도."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어." 키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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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위로 오른팔을 어루만졌다. "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셔츠에 새빨간 얼룩이 번져갔다. "어? 아…? 으아아!" 단숨에 아픔이 퍼졌다. 자신이 패스에이더에 맞았다는 사실이 겨우 이해가 되었다. 그는 피가 흐르는 오른팔을 누르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마, 맞았어…. 제기랄! 맞았다!" 앞부분은 신음, 뒷부분은 외침. 소년들의 안색이 일제히 변했다. 특히 엘리어스에게 다가가던 소년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리더에게 모여드는 동료들을 보고 곧 발걸음을 돌렸다. 즉 도망쳤다. 엘리어스는 양손으로 패스에이더를 겨눈 채 소년들에게 다가갔다. 다섯 소년은 한 덩어리로 뭉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괴물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엘리어스를 바라보았다. 엘리어스는 패스에이더를 겨눈 채 3미터 정도 다가갔다. "사라져주세요. 부탁합니다." 네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는 리더의 양쪽 겨드랑이와 다리를 각각 붙잡았다. "아야! 아파! 그만둬, 이 자식들아! 내려줘!" 그리고 그런 외침에도 아랑곳없이 그를 들고 줄행랑을 쳤다. 다섯 명의 소년이 사라진 후 엘리어스는 패스에이더에 안전장치를 걸었다.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안주머니에 넣고 유령처럼 묵묵히 서 있는 사라의 손을 꼬옥 잡은 후. "도망치자. 얘기는 그 다음에 들을게." 다섯 명의 소년과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정오가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는 태양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쪽 하늘은 구름의 양이 조금 늘어 있었습니다.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있었습니다. 곧 날씨가 나빠질 것이 분명한, 그런 가을의 오후였습니다. "열두 살 정도의 소년과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소녀? 지저분한 몰골의? 이 거리에는 그런 애들이 우글우글한데." 모토라도를 타고 사람을 찾아다니는 여행자의 질문에 아주머니는 귀찮은 듯이 대답했습니다. 산더미 같은 빨래를 머리에 인 아주머니는 키노와 에르메스의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이곳은 빈민가 중앙 거리. 코트를 걸치고 모토라도를 탄 키노는 사람들 속에서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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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어?" 리더가 오른쪽 아래로 얼굴과 시선을 움직였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눈에 띄었습니다. "이쪽으로 도망쳤다면…, 빈민가는 여기밖에 없는데ㅡ. 찾기가 힘들 것 같군…. 사람들에게 물어도 소용없고." 키노가 말했습니다. 그 아래에서 지금은 엔진이 꺼져 있는 에르메스가 그러게 하고 동의를 표했습니다. 에르메스의 뒷부분 짐받이에는 앞뒤를 분해한 <플루트>가 천으로 싸여서 묶여 있었습니다. 에르메스가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키노가 대답했습니다. "배도 고프고ㅡ, 이 일 포기할까." "벌써 포기냐!" "그치만, 응?" "'응?' 좋아하네. 아무리 사격술이 서툴러도 마구 쏘다보면 언젠가는 맞는 법!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 수사의 기본은 착실한 탐문이야." 키노는 나 참, 이럴 땐 꼭 안 틀리더라 하고 중얼거리며 에르메스의 시동을 걸려고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응?" 키노는 눈치 빠르게 그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팔에서 가늘게 피를 흘리며 거리 옆에 주저앉아 있는 한 소년. 그리고 그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ㅡ이라고 말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실은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네 명의 소년들이었습니다. "……." 키노는 모토라도에서 내렸습니다. 에르메스를 밀며 다섯 명의 소년에게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총에 맞은 소년은 피에 젖은 셔츠를 걷고 짜증스럽게 상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작은 상처 자국을 누르고 있다가 피가 멎었나 싶어서 손을 떼면 다시 흘러나오는 바람에 또 누르기를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습니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니야? 병원에 가자! 경찰에 알려! 하며 우왕좌왕하는 다섯 소년들의 앞으로 키노는 에르메스를 밀며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찰칵 소리를 내며 센터스탠드를 내렸습니다. "저, 실례합니다." 키노가 말을 건넨 후에야 소년들은 겨우 자신들을 바라보는 젊은 여행자의 존재를 깨달았습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한 소년이 물었습니다. 팔을 누르고 있던 소년도 고개를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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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패스에이더에 맞은 상처죠. 22구경 저속 탄두의 상처 같은데. 맞은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군요." 키노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는 손톱만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쨌다고!" 리더는 식은땀을 흩뿌리며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답했습니다. "가르쳐주십시오. ㅡ누가 쏜 겁니까?" "그,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혹시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소녀를 데리고 다니는 열두 살 정도의 소년 아니었습니까?" 키노가 그렇게 물은 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소년들 모두 일제히 입을 다물었습니다. "정확히 짚었나보군. ㅡ키노는 항상 운 하나는 좋다니까." 에르메스가 기쁜 듯이 말했습니다. 키노는 멍하니 서 있는 다섯 소년들에게, 특히 패스에이더에 맞은 소년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리더가 필사적으로 말했습니다. "그걸 네가 알아서 뭐 하려고! 너랑은 상관없잖아! 난 지금 널 상대해줄 기분이 아니야! 꺼져!" "아, 배고픈 키노에게 그런 말을 해선 안 되는데. 지금 실수한 거야." 그러나 에르메스의 그런 발언에 소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가 죽고 말았습니다. "뭐, 뭐야…." 그리고 키노가 왼손으로 <숲의 사람>을 뽑아 눈앞에 겨눴을 때 소년은 기가 죽는 것을 넘어 공포를 느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패스에이더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싫지만 빨리 끝내고 싶어서요ㅡ. 가르쳐주지 않으면 쏴도 될까요?" 키노가 길을 묻는 것처럼 태연한 어조로 물었습니다. 소년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습니다. "시, 싫어요. 돼, 됐어요…." "아, 그래! 그럼 빨리 아는 걸 모조리 불어, 베이비! 난 성질이 급해! 배가 고플 때에는 특히!" 에르메스가 말했습니다. 부들부들 떠는 소년들을 흘낏 바라보며, "……." 키노는 오른손으로 에르메스의 탱크를 내리쳤습니다. "아야." 엘리어스와 사라는 빈민가를 빠져나와 양쪽에 밭이 펼쳐져 있는 길을 걷고 있었다. 엘리어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라의 손을 잡아끌었다. 일직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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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멀리 수확이 끝난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왔다! 저걸 타자. 어딘가 다른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ㅡ." 엘리어스는 겨우 나타난 소형 트럭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오른쪽 운전석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팔꿈치를 괸 채 운전하고 있는 것은 사람 좋아 보이는 농부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두 사람 조금 앞에서 갓길에 트럭을 세우고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니?" "부탁드려요. 빨리ㅡ,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적지만 사례도 드릴 테니까 잠시만 저희를 태워 주세요!" 엘리어스의 필사적인 표정과 손가락 끝에 들고 있는 동전을 본 아주머니는 잠시 고민한 후 옆 마을에 데려다주면 되겠냐고 물었다. "그 정도면 돼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엘리어스는 그렇게 말하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조수석 문을 열고 먼저 사라를 태운 다음 자신도 트럭에 올라탔다. 문이 닫힌 후 트럭은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엘리어스는 아주머니에게 동전을 내밀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래, 받아둘게." 아주머니는 동전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가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ㅡ, 뭐 사정은 묻지 않으마. 나도 옛날에는 말썽쟁이였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윙크했다. 엘리어스는 또다시 고맙다고 인사했다. 트럭이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아주머니가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는 발에서 가볍게 힘을 뺐다. 빨라지기 시작했던 속도가 느려진 것과 다른 엔진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엔진소리는 오른쪽 뒤에서 옆으로, 그리고 오른쪽 앞으로 지나갔다. 즉 트럭을 추월했다. 별로 깨끗하지 않은 앞 유리창 너머로 엘리어스의 시야에 한 대의 모토라도가 들어왔다. 은색 탱크가 둔탁하게 빛나는 모토라도. 운전사는 검은 재킷을 입고 챙과 귀를 덮는 속대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토라도 뒷부분 짐받이에는 갈색 코트로 감싼 뭔가가 묶여 있었다. 운전사가 모토라도를 몰며 뒤를 돌아보았다. 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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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있는 운전사의 눈과 엘리어스의 눈이 마주쳤다. "뭐야, 추월했으면 빨리 갈 것이지." 아주머니가 불쾌한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모토라도는 트럭 바로 앞에서 같은 속도로 달리기를 계속했다. "설마…" 엘리어스가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림과 동시에 운전사가 핸들에서 왼손을 뗐다. 그리고 등에서 패스에이더를 뽑았다. 조금 전의 일입니다. "저거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에르메스와 키노가 양옆에 밭이 펼쳐져 있는 길을 달리며 말했습니다. 길 앞쪽에 작은 트럭이 서 있었습니다. 그 트럭에 소년과 소녀가 올라타는 것이 보였습니다. 꽤 멀었지만 두 갈래로 땋은 소녀의 머리가 보였습니다. "한 사람은 소년, 한 사람은 두 갈래 머리. 정보대로야." 키노는 그렇게 말하며 에르메스의 액셀러레이터를 당겨 속도를 높였습니다. 고개를 돌려 다른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달리기 시작한 트럭을 뒤쫓았습니다. 그리고 추월했습니다. "일단 확인해봐야지. 다른 사람이면 큰일이니까." 키노는 그렇게 말하며 트럭을 추월한 직후 속도를 늦췄습니다. 트럭과 같은 속도로 달리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빈말로라도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앞 유리창 안으로 두 갈래로 머리를 땋은 소녀와 소년의 보였습니다. 소년과 키노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2초 정도 서로를 응시한 후. "날 원망하지 말아라." 키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쪽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핸들에서 왼손을 떼고 등에서 <숲의 사람>을 뽑았습니다. 재빨리 안전장치를 풀고 에르메스를 트럭 오른쪽 앞으로 움직이며 발포. 탄환은 운전석 옆의 사이드미러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작은 불꽃이 튀었습니다. "히익!" 아주머니의 얼굴이 공포로 얼어붙었다. "멈춰요!" 키노는 있는 힘껏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히익ㅡ!" 아주머니의 발이 액셀러레이터에서 떨어졌습니다. "멈추지 마!" 엘리어스는 큰 소리로 외치며 오른손으로 패스에이더를 뽑아 아주머니를 겨눴다. 동시에 왼손으로 가운데 앉아 있는 사라의 머리를 눌러 인사를 하는 것처럼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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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서 그녀의 팔을 난폭하게 움켜쥐며 고개를 치켜들게 했다. "역시 여자였군! ㅡ어이! 여자다, 여자!" 거의 반응이 없는 사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년은 묘하게 기쁜 듯이 말했다. 소년은 넋을 놓고 있는 사라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 후 그대로 어깨를 끌어안았다. "꼬마! 이 계집애 잠깐 빌린다!" 소년은 쓰러져 있는 엘리어스에게 그렇게 외친 후 웃는 얼굴로 리더를 바라보았다. "꽤 귀엽습니다! 우리 애인으로 삼죠!" "우리? 리더가 먼저 맛보고 다음은 나 아니냐?" 다섯 명의 소년은 멋대로 지껄이며 사라의 어깨를 안은 채 그녀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그만둬요." 뒤에서 엘리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한 소년이 굵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다섯 명의 소년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공허한 눈빛으로 여섯 명을 바라보는 엘리어스였다. "지금 네가 지껄인 것 맞냐?" 엘리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애를 데려가지 마세요." 리더가 가볍게 고개를 저어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까불지 마. 혼나고 싶냐?" 한 소년이 그렇게 말하며 엘리어스에게 다가왔다. 깍지를 낀 손에서 우두둑 소리가 울렸다. 소년이 세 걸음 정도 다가왔을 때 엘리어스는 재킷 아래에서 유안의 유품을 꺼냈다. 그리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엘리어스는 천천히 그것을 들어 소년을 겨눴다. "난 그 애를 지켜야 해요….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과 약속했어요…. 약속했어요…. 약속했어요. 그 사람은 나를 믿고 맡겨줬어요." 엘리어스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눈으로 소년을, 그리고 그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라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그거 패스에이더 아니냐?" 소년이 걸음을 멈췄다. "야, 쫄지 마! 어차피 장난감일 게 뻔해!" "그것도 뺏어 와!" 그 뒤에서 다른 소년들이 무책임하게 떠들었다. 리더가 오른팔을 흔들며 명령했다. "빨리 처리해라. 저 장난감도 가져와." 다음 순간 그의 팔에 구멍이 뚫렸다. 발포음은 거의 없었다. 엘리어스에게 다가가는 소년의, 돌을 밟는 발소리만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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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난 필요 없으니까! 이젠 쓸모없으니까!" 겨우 대답이 돌아왔지만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엘리어스는 눈썹을 찡그렸다. "뭐야? 그게 무슨ㅡ." "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엘리어스의 물음을 중단시켰다. 엘리어스는 흠칫 놀라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1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다섯 소년이 서 있었다. 이 거리에 사는, 별로 품행이 좋지 않아 보이는 소년들. "……." 엘리어스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다섯 명의 불량소년은 토대 안으로 들어왔다. 가운데 서 있는 조금 어른스러워 보이는 키가 큰 소년이 리더인 듯했다. 그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고 있었다. 빈말로라도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너, 이 근처에서는 못 보던 얼굴인데." 소년은 조용히 말하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엘리어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뭡니까?"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사라를 흘낏 바라보면 퉁명스러운 얼굴로 짧게 물었다. "지금 '뭡니까'라고 했냐, 이 얼간아! 네가 지금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지 알아?" 리더 옆에 있는 부하 소년이 느닷없이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 다른 소년들도, "까불지 마! 먼저 머리부터 숙여!" "여긴 우리의 신성한 장소야. 누구 허락을 받고 여기 들어온 거냐?" 등등 큰 소리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위압적인 말을 되풀이했다. 그들의 목적은 명백했다. 엘리어스를 위축시키는 것이었다. "……." 엘리어스는 아무 말 없이 다섯 명의 소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야? 피를 보고 싶냐?" 그 말에 엘리어스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눈앞에 소년들이 아닌, 피투성이 고깃덩이로 변해버린 유안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생각대로 위축되지 않는 엘리어스를 바라보며 네 소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소년들은 그렇게 말하며 대답을 하기도 전에 체격에서 열세인 엘리어스를 힘껏 밀쳤다. "앗ㅡ. 크윽!" 돌투성이 바닥에 등을 부딪힌 엘리어스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소년이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의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사라에게 숙이게 했다. 바로 옆에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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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외쳤다. "신을 겨누고 있는 패스에이더와 그 작고 검은 구멍을 본 순간 아주머니의 얼굴이 또다시 공포로 일그러졌다. "멈추지 마! 계속 달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밟아ㅡ!" 엘리어스는 핏발 선 눈으로 아주머니를 노려보며 절규했다. "히익!"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패스에이더에 공포를 느낀 아주머니는 반쯤 발을 뗐던 액셀러레이터를 난폭하게 밟았다. 트럭은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덜컹덜컹 흔들리며 난폭하게 속도를 높였다. "어라?" 트럭에 뒤처진 에르메스가 중얼거렸다. "저쪽도 필사적인가보군." 키노가 <숲의 사람>을 홀스터에 넣으며 말했습니다. 트럭은 부서지지 않을까 싶을 만큼 무모하게 속도를 높였습니다. 키노는 다시 왼손으로 핸들을 잡았습니다. 에르메스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할 거야, 키노?" "타이어를 쏠까 했지만 관계없는 사람을 말려들게 할 수는 없어." "그럼?" "저기 타고 있다는 건 알았으니까 저쪽이 지쳐서 멈출 때까지 계속 뒤를 쫓아야지." "알았어." "솔직히 그만 경찰에 맡기고 싶어." 키노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투덜거린 후 창 밖으로 패스에이더를 내밀고 쏠 수 없도록 조금 거리를 두고 트럭을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뭐야? 난 이런 건 질색이야…. 제발 그만해…." 운전석의 아주머니가 반쯤 울먹이며 말했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ㅡ죽고 싶지 않으면 도망쳐!" 엘리어스는 패스에이더를 겨누며 인정 사정 없이 외쳤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사라는 마치 죽은 것처럼 고개를 숙인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 정도 속도를 높인 뒤부터 트럭은 엔진 소리만 요란하게 울릴 뿐 더 이상 빨라지지 않았다. 엘리어스는 왼쪽 사이드미러로 시선을 던졌다. 모토라도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트럭을 따라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엘리어스는 몸을 돌려 아주머니를 겨누고 있던 패스에이더를 창 밖으로 내밀었다. 모토라도를 겨누려고 한 순간 모토라도가 미끄러지듯 움직여 시야에서 사라졌다. "틀렸어, 틀렸어, 틀렸어." 엘리어스는 몇 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어,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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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아주머니가 울먹이며 외쳤다. "계속 달려!" 엘리어스는 반사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이대로는 틀렸어…." 사이드미러를 쳐다보자 또다시 추격자가 비쳤다. 엘리어스는 고개를 앞으로 향했다. 그의 눈앞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앞으로 얕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길은 앞쪽에서 약 10미터 길이의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엘리어스가 외쳤다. "다리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뭐?" "잔말 말고!" 아주머니는 난폭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트럭의 속도가 갑자기 떨어졌다. 엘리어스는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라의 몸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트럭은 다리 앞에서 급정지했다. 그리고 왼쪽으로 가파르게 꺾어서 차 한 대 정도의 넓이밖에 안 되는 강의 제방을 달리기 시작했다. 엘리어스는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뒤를 돌아보았다. 모토라도가 막 방향을 바꿔 트럭을 바싹 쫓아오고 있었다. "모토라도라면 강을 건널 수 없을 거야…." 트럭은 울퉁불퉁한 제방을 계속해서 달렸다. 오른쪽 약 1미터 아래에는 중간 크기의 돌이 잔뜩 굴러다니는 강변. "좀 더 빨리, 좀 더 빨리!" 트럭은 수십 초 동안 질주했다. 뒤를 돌아봐도 길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주위가 온통 밭으로 변할 때까지 달렸을 무렵. "강으로 내려가요!" 엘리어스는 조금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뭐? 뭐라고?" 아주머니가 되물었다. "단숨에 강으로 내려가서 그대로 강을 건너요! 트럭이라면 가능할 거예요! 전에 화물 트럭이 건너는 걸 본 적이 있어! ㅡ저 모토라도를 따돌리면 우린 내릴 테니까! 사라질 테니까!" 아주머니는 투덜거리며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아아, 나도 몰라!" 트럭은 비탈에서 비스듬하게 기울어 거꾸로 뒤집히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제방을 내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난폭하게 흔들리며 조약돌 위를 달렸다. 트럭은 곧 강으로 돌진해서 요란한 물보라를 튀겼다. 그리고 그대로 강 위를 달렸다. 타이어가 젖은 돌 위에서 헛되이 돌았다. 엔진 소리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트럭은 잠시 속도를 줄였다가 또다시 마찰력을 되찾고 덜컹거리며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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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었다. 첨벙첨벙 물보라를 튀기며, 앞뒤양옆으로 세차게 흔들리며, 트럭은 조금 비스듬한 각도로 강을 건넜다. 타이어는 거의 물에 잠겨 있었고 활짝 열린 창문으로 물보라가 운전석까지 들이쳤다. "더 빨리! 더 빨리!" 엘리어스가 외쳤다. 아주머니는 자포자기 상태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트럭은 드디어 완전히 강을 건넜다. 그리고 강변에서 다시 속도를 높여 제방을 단숨에 올라갔다. 너무 속도를 내는 바람에 제방을 뛰어넘어 밭으로 떨어질 뻔했지만 그 직전에 간신히 버텼다. "됐다! 아주머니! 도망쳐요! 밭 안으로!" 트럭은 조금 앞으로 달려간 후 밭두렁으로 꺾어졌다. 강을 등지고 밭 안을 달려서 앞쪽에 펼쳐져 있는 숲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쩌지…. 큰일났네…. 너무 방심했어." 키노는 멀어져가는 트럭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말했습니다. "굉장해. 저렇게 작은 트럭으로 강을 건너다니. 액셀러레이터를 조금이라도 늦췄더라면 배기관에 물이 들어갔을 거야. 배짱 있는 멋진 운전사야. 적이지만 연탄스러워." 에르메스도 찬사를 보냈습니다. 키노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늘에는 조금 전보다 구름이 더욱 두껍게 깔려 있었습니다. "…'경탄'?" "그래, 그거!" 에르메스는 그렇게 말한 후 입을 다물었습니다. 한 사람과 한 대는 제방 위에 덩그러니 서 있었습니다. "에르메스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기능이 좀 더 높았더라면 쫓아갈 수 있었을 텐데." "모토라도를 탓하지 마. 잽싸게 타이어를 쐈으면 됐을 거 아니야." 이미 지난 일을 따져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법. "놓쳤어." "놓쳤네." 키노와 에르메스는 일단 사실을 인정한 후 다음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일단 다리로 돌아가서 강을 건넌 다음 타이어 자국을 뒤쫓는 게 좋겠어." "그럴 수밖에 없겠네." 초록색 잎사귀가 남아 있는 침엽수 숲 입구. 밭과 숲의 경계에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 받으세요. 이런 걸로 기분이 풀리시진 않겠지만…." 엘리어스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들어 갖고 있던 지폐를 전부 건넸다. 죽은 사람에게서 빼앗은, 피가 묻지 않은 지폐였다. 엘리어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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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트럭 운전석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 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어스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그녀는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사람처럼 줄곧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도 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조금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너, 이걸 내게 주면 앞으로 쓸 돈은 있어?" "아뇨…." "앞으로 어쩔 거니?" "이 애를 데리고 도망칠 거예요." "어디로?"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이 애를 지켜야 해요. 약속했어요!" "그럼ㅡ, 그 돈은 네가 갖고 있으렴." "네? 하지만ㅡ." "잔말 말고!" 마지막으로 화가 난 듯이 소리를 지른 후 아주머니는 문득 미소를 지었다. "가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ㅡ, 뭐 사정은 묻지 않으마. 나도 옛날에는 말썽쟁이었으니까. 이렇게까지 막나가진 않았지만." 그리고 가볍게 윙크를 던졌다. 엘리어스는 감사와 사죄의 말을 되풀이했다.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 말을 들으며 아주머니는 트럭을 출발시켰다. 트럭은 두 사람을 남기고 도망칠 때와 똑같은 속도로 달려서 곧 작아져갔다. 그 위에 펼쳐진 하늘에는 아까보다 두꺼운 구름이 깔려 있었다. 바람도 아까보다 강했다. "가자, 사라." 엘리어스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 "……."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사라는 손을 잡아끌자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흙 위에 발자국이 남았다. "여기야. 타이어 자국, 작은 발자국. 두 사람의." "응, 분명해." 키노와 에르메스는 숲 앞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에르메스는 센터스탠드로 서 있었고 키노는 발자국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하늘은 이제 반쯤 먹구름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서쪽으로 반쯤 기울어 있을 태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에르메스 넌 여기서 기다려. 쫓아갈 수 있을 때까지 쫓아가볼래." 키노는 그렇게 말하며 에르메스의 센터스탠드를 다시 한 번 단단히 세운 후 뒷부분 짐받이의 고무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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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었습니다. 갈색 코트에 감싸여 짐받이에 묶여 있던 것은 앞뒤를 분해한 <플루트>였습니다. 키노는 앞부분과 뒷부분을 끼운 후 고정시켰습니다. 뒷부분에 달려 있는 어깨끈을 앞부분에 걸었습니다. 앞부분 옆에 붙어 있는 원통형 소음기는 전체 길이가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대로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코프 앞뒤의 커버를 열었습니다. 키노는 코트를 둥글게 말아서 짐받이에 묶었습니다. 뒷바퀴 양옆의 상자에서 탄환이 아홉 발 들어 있는 <플루트>의 탄창 네 개를 꺼낸 후 세 개는 분해해서 벨트의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하나는 <플루트>의 기관부에 끼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 실패해도 저녁때까지는 여기로 돌아올 거야." 키노는 <플루트>를 눈앞으로 들어올리며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사슴을 사냥하는 게 아니니까 잡은 다음 토막내면 안 돼, 키노." 에르메스가 끔찍하기 짝이 없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키노는 오른손으로 <플루트>의 볼트를 당기며 말했습니다. "알았어. 조심할게." 그리고 손을 뗐습니다. 찰칵 하는 딱딱한 금속음이 울렸습니다. 맞으면 머리가 반쯤 날아가는 무시무시한 위력의 고속 라이플 탄. 그 한 발이 탄창에서 약실로 이동했습니다. "다녀올게." 키노는 <플루트>를 몸 앞에 들고 발자국을 눈으로 따라가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녀와. 선물은 필요 없어." 에르메스는 숲 속으로 사라져가는 키노를 향해 말했다. "아ㅡ, 심심해." 그리고 키노가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곧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벌써 심심하냐!" 어두운 숲 속에서 기가 막힌 듯한 키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침엽수가 우거진 숲 속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인 듯한 다리가 있었다. 폭이 좁은 개울을 건너기 위해 통나무 몇 개를 엮어 만든 다리. 다리의 폭도 두 사람이 간신히 건널 수 있을 정도였다. 엘리어스와 사라는 이끼가 잔뜩 낀 통나무 아래에 있었다. 어두운 개울가에 앉아 있었다. "또 다리 아래로군." 엘리어스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사라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엘리어스는 몇 초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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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다문 후 이윽고 결심한 듯이 말했다. "사라! 가르쳐줘!" 엘리어스는 그렇게 말하며 사라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사라의 몸이 움찔 떨렸다. "어째서 사라 주위의 어른들이 사라를 버렸는지ㅡ, 사라는 알고 있겠지? 이유를 알고 있겠지?" "……." 사라는 고개를 들고 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죽은 사람 같은 눈으로 엘리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르는 편이 좋을 거야…." 그녀의 입에서 오랜만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힘없는 목소리였다. 사라는 다시 한 번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모르는 편이 좋을 거야, 엘리." 엘리어스는 한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엘리어스야!" "…뭐?" "내 이름. 엘리어스. 본명이야. 엘리는 유안 씨가 지어준 가짜 이름이야. 어차피 비슷하지만. 이제부터 엘리어스라고 불러줘." "……." 사라는 잠시 진지한 표정의 엘리어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아주 살짝 가늘게 휘었다. 입가에는 웃음기가 없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천천히 부드러워졌다. "이상해. 유괴범이 인질에게 본명을 말하다니…. 이상해." "이상해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가르쳐줘. ㅡ부탁이야." "……." 사라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엘리어스를 응시했다. 그리고 몇 번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자신의 어깨에 놓여 있는 엘리어스의 양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어깨에서 떼어냈다. 사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통나무 다리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허리를 굽히고 다리 옆으로 나왔다. 하늘은 흐리고 숲 속은 어두웠지만 사라가 서 있는 곳에는 빛이 있었다. 엘리어스는 다리 아래에서 사라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가르쳐줄게ㅡ. 내가 왜 버림받았는지."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키노는 발자국을 따라 신중하게 숲 속을 걷고 있었습니다. <플루트>를 주의 깊게 겨누고 스코프로 적이 잠복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며, 그리고 발자국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발 밑과 전방과 주위를 살피며 걷고 있었습니다. 아직 키노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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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키노에게는 그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라는 노래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오직 엘리어스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래하고 있었다. 맑디맑은 높은 목소리.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는 내용의 평범하고 흔한 러브 송이었다. 그 때문에 노래하는 사람의 가창력과 아름다운 목소리가 더욱 돋보이는 상큼한 노래였다. "……." 엘리어스는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채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분명 사라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라디오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ㅡ. 도저히 잘못 들을 리 없는 가희의 노래였다. 그것은 하루 전의 일이었습니다. 지금 숲 속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키노와 지금 숲 밖에서 "심심해ㅡ." 라고 투덜대고 있는 에르메스는 그때 양복을 입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장소는 호텔 식당. 키노는 양복 차림의 남자들 몇 명과 중앙 부분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다른 손님은 없었습니다. 호텔 종업원들도 물리쳐둔 상태였습니다. "제게 유괴범을 처치해달라 이 말씀입니까?" 키노가 물었습니다. 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모두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유괴범에게는 몸값을 지불하고 인질이 풀려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데?" 테이블 위에 서 있던 에르메스가 물었습니다.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으니 대답하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마십시오. 약속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어차피 이틀 후에는 출국할 테니까요." "그럼 대답하겠습니다. ㅡ이번에 유괴된 소녀는 단순한 부잣집 아가씨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의 매우 중요한 기밀을 알고 있는 소녀입니다. 유괴범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납치한 것 같습니다만…. 눈에 띄지 않도록 최소한의 경호원만 붙여뒀던 것이 이런 결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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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밀이란 뭐죠? 비밀인가?" "에르메스 씨도, 키노 씨도 모르는 편이 좋을 겁니다." "뭐 그건 묻지 않겠습니다. 흥미도 없으니까요. ㅡ그보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의뢰대로 유괴범을 처치하면 그 아이의 목숨도 위험해지겠죠? 그래도 좋습니까?"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었습니다. 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음." "그렇군." 키노와 에르메스는 거의 동시에 눈치 챘습니다. 에르메스가 말했습니다. "입막음을 원하나보네. 아저씨들은 그 인질이 죽기를 바라는 거죠. 유괴범을 처치해달라고 의뢰하긴 했지만 목적은 그게 아니야. 인질을 없애는 게 목적인 거야." 에르메스는 인정 사정 없이 말을 이었습니다. "키노가 요란하게 유괴범을 처치하고 나서면 초조해진 유괴범들은 도망치기 위해 인질을 죽이겠죠. 그게 아저씨들이 바라는 것 아닌가. 그 애가 기밀과 함께 죽어버리는 거. 하지만 표면상, 어쩌면 심정적으로 누구도 그런 잔인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유괴범을 죽여달라'고 의뢰한 게 아닌가요." 이번에도 대답은 침묵이었습니다. 사실상 긍정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키노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스승님의 얘기가 떠오르는군…. 그것도 비슷한 상황이었지…." 그리고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는 양복 차림의 남자들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키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일을 받아들일 경우 제가 얻는 것은 뭔가요?" "……." 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습니다. 머그잔 정도 크기의 나무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습니다. "……." 상자 안을 본 키노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남자가 에르메스에게도 보이도록 상자의 각도를 바꿨습니다. "휘유ㅡ!" 에르메스는 휘파람을 부는 시늉을 하며 큰 소리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곳에는 보석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보석은 작고 가벼운데다 어느 나라에서도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여행자가 갖고 다니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성공하면 이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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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씨에게 드리겠습니다. 전부." "스승님의 얘기가 떠오르는군…." 키노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의뢰의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거절하고 싶습니다." 남자들은 한순간 당황했습니다. "그럼 이것도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들은 다시금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금속 덩어리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습니다. 그것을 본 키노는 또다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아ㅡ, 이거 놀랍군." 에르메스는 호들갑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놀라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는 키노 씨가 입국하자마자 자동차 수리공장을 여기저기 찾아다녔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마모되어가는 에르메스 씨의 엔진 부품을 찾고 있다는. 하지만 이 나라에는 규격품이 없습니다. 직접 주문해서 만들려면 엄청난 돈이 들지요." "그렇습니다만…. 그럼…." 키노는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바로 그거야. 어쩌면 좋죠." 에르메스가 말했습니다. "키노 씨는 할 수 없이 부품을 포기하고 다음 나라에 희망을 걸고 있다지요?" 남자가 물었습니다. 키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다음 나라에 부품이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없을 가능성이 높지요. 만약 있다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면? 완성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지금 여기에서 손에 넣어두면 앞으로 계속 안심하실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죠." "이걸 보수로 드려도 부족하십니까?" "……." 키노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나야 대환영이지만ㅡ. 결정은 키노가 해." 에르메스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습니다. 이윽고 엘리어스의 감각을 모조리 사로잡은 채 숲 속에 울려퍼지던 가희의 노래가 끝났다. 사라는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은 후 눈을 떴다. 엘리어스의 멍한 얼굴을 바라보며 사라는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어째서…? 가희의 노래…? 하지만…? 아니야…." 엘리어스가 헛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사라는 그의 앞에 서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희' 따윈ㅡ, 사실은 없어." "무슨 소리야…? 그게…. ㅡ뭐?" "실은 가짜 가희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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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 불러올 줄이야."사람 있을 뿐이야. 한 사람은 사진을 찍거나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영화 속에서 노래 부르는 시늉을 하는 가희." "……." "그리고 또 한 사람은ㅡ." 사라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 "노래를 부르는 가희. ㅡ그게 나야." "……." "나는 원래 고아였어. 기억은 없지만 어렸을 적 교회 앞에 버려져 있었대.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어느 자선가가 날 키워주셨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잘 불렀대. 내 기억 속에서 나는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 "2년 전에 열렸던 가희 오디션은 전부 가짜야. 열심히 응모했던 소녀들에게 합격할 기회는 처음부터 없었어. 인형처럼 예쁘고 귀여운 소녀가 뽑힐 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애는 나처럼 노래할 수 없었기 때문에ㅡ." "사라가 노래한 거구나. 노래만 하는 가희가 된 거야…." "그래. 노래할 사람은 이미 나로 정해져 있었어. 그 애와 목소리가 굉장히 비슷했으니까. 난 그 애처럼 예쁜 얼굴도, 머리카락도 갖고 있지 않아. 주근깨투성이 프리마돈나 따윈 우스울 뿐이지. 하지만 그 애는 이렇게 말해줬어. '난 너처럼 노래할 수 없어. 그러니까 이걸로 충분해. 우린 둘이서 하나야. 열심히 하자'고. 그후 우리는 둘이서 한 사람의 가희가 됐어. 우린 열심히 일했어.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도록. 행복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어. 즐거웠지. 어른들도 모두 우릴 응원해줬어. 도와줬어. ㅡ왜냐하면 우리가 필요했으니까." 엘리어스는 사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쪽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이윽고 턱 아래로 떨어져 사라졌다. 눈물은 계속되지 않았다.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 사라를 버린 거지?" 엘리어스가 분개하며 물었다. 사라는 짧게 대답했다. "죽었으니까." "뭐?" "그 애가 죽었으니까. 요즘 가희의 새로운 사진을 본 적 없지? 어째서인지 알아?" "아! 설마…." 유안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엘리어스의 얼굴은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그 애, 요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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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고 있었어. 내게는 '별것 아니야 금방 나을 거야'라고 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야…." "아아…." 엘리어스는 몸을 일으켜 어두운 다리 아래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 구름이 두껍게 깔린 숲 속은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애는 죽었어. 아마도 내가 유괴당했을 때 죽었을 거야. 그러니까 난 이제 필요 없게 된 거야.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거야. 필요했던 건 '우리'였으니까. '나'는 이제 필요 없는 거야." 엘리어스는 담담하게 말하는 사라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그들은 아마 나를 죽일 거야. 사람들이 알면 엄청난 소동이 일어날 비밀을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해. 수염 난 아저씨들을 죽인 건 나머지 유괴범을 화나게 해서 날 죽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 "그럼 나를 직접 죽이지 않아도 되니까. 다들 착하니까 나를 직접 죽이고 싶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난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좀 더 살고 싶어."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사라 앞에 서서 엘리어스는 양손을 뻗었다. "안 죽어. 죽게 내버려둘 줄 알고." 엘리어스는 그렇게 말하며 사라를 끌어안았다. 두 갈래로 땋은 머리와 함께 사라를 힘껏 끌어안았다. "걱정 마. 안심해. ㅡ사라는 내가 지켜줄게." "이젠 인질이 아닌데도?" 사라가 엘리어스의 품에 안긴 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가희의 반쪽'도. '인질'도 아니야. 나는 '사라'를 지킬 거야. 알겠지?" 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그대로 막대기처럼 서 있던 사라는 이윽고 엘리어스의 얼굴 옆에서 몇 번이나 작게 코를 훌쩍였다. 엘리어스는 사라와 반대 방향을 노려보며, 어두운 숲 속을 노려보며, "절대 죽게 두지 않을 거야." 다시 한 번 단호하게 말했다. 사라가 손을 들어 엘리어스의 등을 안았다. 숲 속에서 부둥켜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또냐…." 키노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엘리어스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거기, 소년ㅡ. 넌 죽이고 싶지 않아. 필요 없으니까. 나는 빨리 그 소녀를 죽이고 이 일을 끝내고 싶어. 그런데 어째서 넌 몇 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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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나를 방해하는 거지?" 300미터쯤 떨어진 위치에서 키노는 흙 위에 엎드려 <플루트>를 삼각대에 얹고 지면에 닿을락 말락 한 높이로 겨눈 채 스코프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조금 전, 키노는 발자국을 신중하게 뒤쫓아 두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몰래 사정거리로 다가간 키노는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없이 흙 위에 엎드려서 라이플을 겨누고 스코프의 십자선 너머에 있는 소녀의 가슴을 조준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뿐이었습니다. "못살아…." 그러나 엘리어스가 방해를 했습니다. 키노는 방아쇠에서 손을 뗐습니다. 소녀를 겨눈 채 기다렸습니다. 스코프의 동그란 시야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두세 마디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키노는 기다렸습니다. 스코프 안에서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습니다. "빨리." 키노가 아무리 그렇게 중얼거려도 계속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습니다. "작작 좀 해라."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 키노는 기다렸습니다. 소녀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야기가 끝난 모양입니다. 키노는 숨을 들이마신 후 가볍게 내뱉었습니다. 두 갈래 소녀의 머리를 정확하게 조준한 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응…?" 순간 시야가 느닷없이 부옇게 흐려졌습니다. 두 사람이 떨어지기 전에 하얀 안개가 급격하게 시야를 뒤덮었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이 키노의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 비 때문이었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차가운 가을비는 숲을 회색 물안개로 감쌌습니다. 시야는 단숨에 악화되었습니다. 이제는 50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코프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키노는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플루트>를 몸 앞에 들고 빗줄기를 헤치며 숲 속을 달렸습니다.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300미터. 점점 미끄러워지는 발 밑을 조심하며 키노는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키노는 <플루트>를 허리 높이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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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방아쇠를 당길 기세로 주위를 경계하며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습니다. 드디어 두 사람이 있던 다리에 도착했을 때. "……." 두 사람은 이미 그곳에 없었습니다. 키노는 <플루트>를 겨누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보이는 것은 물안개 속에 서 있는 나무들뿐이었습니다. 비는 점점 세차게 쏟아져 키노의 모자를 적시고 챙으로 흘러내려 눈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키노는 다리 주위에서 두 사람의 발자국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세차게 쏟아지는 비가 흙을 무너뜨리고 발자국을 지운 것입니다. 두 사람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조차 이미 알 수 없었습니다. 빗소리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키노는 눈앞의 통나무 다리를 노려보았습니다. "휴우…." 그리고 한숨을 쉬며 다리를 건너지 않고 에르메스가 기다리는 숲 입구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거센 빗줄기를 헤치고 키노는 에르메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모자도 재킷도 양말도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키노는 살짝 고개를 숙여 챙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등에는 총신을 아래로 향해 <플루트>를 메고 있었습니다. "어서 와, 키노. 물에 빠진 생쥐 꼴이네. ㅡ처치했어?" "……." "키노?" 키노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만둘래. ㅡ호텔로 돌아가자." 그리고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에르메스가 물었습니다. "내일이 있잖아." 키노가 즉각 대답했습니다. "확증은?" "없어." 밤입니다. 비는 날이 저물기 전에 멎었습니다. "그때가 제일 세차게 쏟아질 때였나보네…." 키노는 투덜거리며 샤워를 하고는 젖은 옷을 말리며 호텔 잠옷 차림으로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실례합니다." 양복 차림의 두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키노는 남자들에게 앉을 것을 권했습니다. 남자 한 명이 의자에 앉았습니다. 키노도 작고 동그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키노 씨, 언제 의뢰를 완수하실 겁니까?" 남자가 조금 화난 어조로 잠옷 차림의 키노에게 물었습니다. 키노가 대답했습니다. "내일 안에. 오늘은 어차피 밤이라 뒤쫓을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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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보이면 즉성공하실 수 있겠지요?" "그럴 생각입니다." "실패할 경우 보수는 지불할 수 없습니다. 아시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내일 저녁에는 조용히 이 나라를 떠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 소녀는 중요한 기밀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 사실을 발설하기라도 하면 우리 회사는 끝장입니다.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목을 매고, 몇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될 겁니다. ㅡ일단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곳은 우리 쪽에서 사람을 보내 감시하고 있지만 아직 그녀를 발견했다는 연락은 없습니다." "뭐 발견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방 입구 근처에 서 있는 에르메스가 말했습니다. 남자들은 입을 다물었습니다. 잠시 후. "더러운 일이기는 하지만ㅡ." 한 남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구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들 당신께 무척 감사하고 있습니다. 성공하면 더욱 감사할 겁니다." 남자는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키노는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은 채 문으로 걸어가는 남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만큼?" 마지막으로 에르메스가 물었습니다.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찬양하는 노래를 부를 만큼." 여행자가 호텔의 하얀 시트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무렵 엘리어스와 사라는 농기구 창고 안에 있었다. 비가 그친 후 두 사람은 숲 속을 걸어 밭 옆으로 나왔다. 밭 근처에서 농기구 창고를 발견한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오늘 밤에는 그곳에서 밤이슬을 피하기로 했다. 식사는 수확하기에는 조금 이른 당근. 흙에서 뽑은 당근을 엘리어스가 오두막에 있던 칼로 길게 잘라서 둘이 나눠 먹었다. 두 사람은 딱딱한 널빤지 위에 나란히 앉아 벽에 기대어 멀리서 울려 퍼지는 벌레 소리를 듣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키노가 입국한 지 3일째 되는 날 아침. 아직 태양도 뜨기 전부터 키노와 에르메스, 그리고 호출을 받고 달려온 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작전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장소는 아무도 없는 호텔 식당. 입구에는 보초가 있고 테이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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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습니다. 키노는 축축함을 간신히 참을 수 있을 정도로 마른 재킷을 입고 있었습니다. 에르메스에는 여행용 짐이 전부 끈으로 묶여 있었습니다. 코트도 걸려 있었습니다. 키노가 남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 소녀가 중요한 비밀을 공표하면 큰일이라고 하셨죠?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은 어디에 있습니까?" 남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소리냐고 물었습니다. "생각해봤는데 만약 제가 그 소녀라면ㅡ,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결정적인 물적 증거를 확보해서 어디론가 가져가지 않을까 싶더군요. 입으로만 떠들어봤자 믿어주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일단 그 말을 납득한 남자들은 증거가 있을 만한 곳은 사무실이나 소녀가 살던 집 정도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양쪽 다 많은 사람들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할 리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 당장 그 집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내보내십시오. 집을 비워주세요." 키노가 말했습니다. 남자들은 깜짝 놀라며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키노가 덧붙였습니다. "그럼 증거를 가지러 집으로 올 테니까요. 전 그곳에 잠복해 있겠습니다. 나중에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의 목록도 알려주세요. 집이 어디에 있는지 표시한 약도도." 남자들은 과연 생각대로 될까 하며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이 넓은 나라에서 한 사람과 한 대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년과 소녀를 찾는 것보다는, 그것도 오늘 하루 안에 찾는 것보다는 훨씬 성공률이 높다고 봅니다." 그 말을 들은 남자들은 마지못해 키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당장 수배할 것을 약속한 다음 키노에게 그 짐의 위치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남자들이 연락을 하러 사라진 후. "과연 생각대로 될까?" 에르메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글쎄." 키노가 대답했습니다. 키노가 에르메스에게 대답한 것과 같은 시각ㅡ. "증거야! 사라가 가희의 노래를 불렀다는 증거만 있으면 돼! 뭔가 증거가 될 만한 것 몰라?" 엘리어스가 당근을 씹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있는 창고 주위에서는 아침 안개가 세상을 연회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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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여 엘리어스와 나란히 앉아서 당근을 씹으며 말했다. "집에 갈 수만 있다면…. 하지만 난 서류 같은 건 모르는데…." 그리고 몇 초간 생각에 잠긴 후. "있어!" "정말? 뭔데?" "레코드! 그때 녹음에 실패해서 사용할 수 없게 된 음원이 있어. 일단 레코드에 녹음하긴 했는데 내가 기념으로 받았거든. 그 레코드에는 내가 또 다른 가희와 얘기를 나누는 목소리랑, 내가 어떻게 노래하면 좋을지 노래 선생님께 물어보는 목소리랑, 주위에 있던 어른들의 목소리랑 이런저런 말소리가 담겨 있어. 그거라면 증거가 될 거야…" "집에는 누가 있지?" "평소에는 집사랑 하녀 몇 명뿐이야. 회사 사람들은 데리러 오기만 했고…." "좋았어! 찾으러 가자! 그리고 그걸 라디오 방송국이나 신문사에 보내서 발표해버리는 거야!" "하지만…, 그럼 회사 사람들이ㅡ." "그딴 건 신경 쓰지 마! 사라를 죽이려고 한 사람들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어! 난 절대 사라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엘리어스의 손 안에서 먹으려고 들고 있던 당근이 부러졌다. 사라는 시선을 떨구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별안간 눈을 크게 떴다. "아앗! 하지만! 그럼 엘리어스는 붙잡히고 말 거야! 유괴범이 되고 말 거야!" 사라는 엘리어스를 보았다. 엘리어스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상관없어." "…하지만! 유괴범은 잡히면 종신형이란 말이야! 평생 교도소에ㅡ." "사라가 죽는 것보다는 나아." "……." 엘리어스는 바닥에 앉은 채 몸을 틀어서 사라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 사라의 어깨에 양손을 얹으며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왜 나쁜 어른들의 꾐에 넘어가서 한패가 됐는지 아직 말하지 않았지…. 나는 레코드를 갖고 싶었어. 가희의 레코드. 하지만 라디오도 축음기도 레코드도 죽도록 일해봤자 몇 년이 걸려도 살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어. 그래서 한패가 된 거야." "……." "아무리 많은 돈을 손에 넣어도 가희가 죽으면 의미가 없어. 괜찮아. 교도소에서도 라디오는 들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난 사라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 "절대로 사라를 죽게 둘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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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이 줄줄이 그러니까 증거를 찾으러 가자!" 사라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 소년에 얼굴을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습니다. 엘리어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습니다. "그럼 그 다음에는 내가 엘리어스를 구해줄게! 내 이름으로 노래를 불러서 돈을 잔뜩 벌 거야! 그래서 엘리어스를 구해줄게! 약속해!" 사라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후암…." 키노는 커다랗게 하품을 했습니다. "긴장감 제로." 에르메스가 작게 빈정거렸습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굉장히 넓고 호화로운 저택의 중앙 정원에 있었습니다. 하얀 돌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만든 정원에는 분수와 화단이 있는 넓은 계단식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런 호화로운 공간 옆에는 더욱 호화로운 저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뒤쪽에는 잘 손질된 단풍에 물든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키노는 계단 아래의 정원 한가운데에, 지금은 멎어 있는 분수 옆에 있었습니다. 긴 의자에 편안하게 누워서 비늘구름이 떠 있는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짐을 실은 에르메스는 그 옆에서 센터스탠드로 서 있었습니다. 일단 집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치였습니다. 이곳은 사라가 살던 호화로운 저택. 보이는 범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택 안에도 인기척은 없었습니다. 모두 저택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겨가 있었습니다. 키노는 긴 의자 옆의 테이블에 놓여 있는 비싸 보이는 찻잔을 들어 차를 마셨습니다. "맛있어. 역시 좋은 찻잎이야." "우아한 생활. 좋은데."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이야. 솔직히 아무도 안 와도 상관없어. 오늘은 날씨도 좋겠다. 저녁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다 아무도 안 오면 상인들과 합류해서 이 나라를 떠날 거야." "의욕이 없군. 여기서 구하지 못하면 영영 손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부품인데. 뿐만 아니야. 저쪽에서 의뢰 계약 불이행으로 고소할지도 몰라." "그때는 그때고." "그 회사 사람들이 키노를 붙잡을지도 몰라." "그럼 상대를 모조리 처치하거나 에르메스를 두고 하수도로 들어가서 악취에 시달리며 도망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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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울거나 당신이 화내거나 당신이 분노하거나 당신이 미워하거나 당신이 외치거나 당신이 괴로워하거나 당신이 슬퍼하거나 당신이 절망하거나 당신이 결의하는 것은ㅡ 당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ㅡEverybody Has the Right of Make Mistake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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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커버 뒤 기부의 나라 ㅡHow's Tricks?ㅡ 컬러 페이지 산적들 이야기 ㅡCan You Imagine!ㅡ 표절의 나라 ㅡI Have Ever Seen Beforeㅡ 부탁 프롤로그 행복 속에서·b ㅡBirth·bㅡ 제1화 정의의 나라 ㅡIdiotsㅡ 제2화 악마가 찾아왔던 나라 ㅡTalk of the Devil.ㅡ 제3화 추구하는 나라 ㅡCommon Senseㅡ 제4화 해시계의 나라 ㅡCounter Strikeㅡ 제5화 노력하는 나라 ㅡPassage 2ㅡ 제6화 속·기부 이야기 ㅡHow's Tricks?ㅡ 제7화 편지 이야기 ㅡthe Weak Linkㅡ 제8화 도박 이야기 ㅡWhich is Which.ㅡ 제9화 덕을 쌓는 나라 ㅡSerious Killerㅡ 제10화 구름 앞에서 ㅡEyeㅡOpenerㅡ 에필로그 행복 속에서·a ㅡBirth·a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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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뒤 기부의 나라 ㅡHow's Tricks?ㅡ 커버를 잃어버려서 이야기가 없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ㅡ타자ㅡ 컬러페이지 산적들 이야기 ㅡCan You Imagine!ㅡ 산 속에 두 사람의 산적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이미 80세를 넘었다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었습니다. 또 한 사람은 1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소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어느 산꼭대기 근처에 있었습니다. 그곳은 짙은 녹음에 뒤덮인 넓은 골짜기를 사이에 끼고 반대편 산이 아주 잘 보였습니다. 그곳에 있는 길도 아주 잘 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커다란 망원경을 들고 있었습니다. 둥근 시야 안에 산 아래로 이어진 길을 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장로님. 차 한 대가 나타났습니다." "음. 내게도 보인다. 관찰하고 보고해라." "네. 초록색 버기입니다. 짐을 잔뜩 싣고 있습니다. 운전사는 스웨터를 입은 검은 머리의 젊은 남자입니다. 옆에 놓여 있는 것은 검 같습니다. 조수석에는 작은 여자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다리 사이로 하얀 동물이 보입니다. 아마 개일 겁니다." "음. 그럼 저자들은 우리 '사냥감'으로 적합할까, 아닐까? 골짜기에 있는 동료들에게 연락해서 습격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대답해 보거라." "네. 저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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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 이유는?" "저 버기는 드문 차종입니다. 굉장히 비싸게 팔 수 있을 겁니다. 짐이 많은 걸 보면 뭔가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여비 대신 갖고 있지 않을까요. 운전사 남자는 실력이 제법일 것 같지만 겨우 혼자뿐이고 검은 총을 이길 수 없습니다. 여자아이와 개는 무시해도 되겠죠." "음. 40점이다. 저 자들은 습격해선 안 된다." "어째서입니까? 장로님." "물론 버기는 비싸게 팔 수 있겠지. 그건 좋다.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저 남자는 굉장히 뛰어난 검사일 거다. 그리고 여자아이를 잘 보거라. 저 아이가 쥐고 있는 것이 뭔지 알겠느냐?" "검고 둥근 물체입니다…. 봉지일까요? 아니면 인형?" "아니. 수류탄이다." "……." "여자아이가 앉아 있는 자리 옆에 통이 튀어나와 있는 게 보이느냐? 저건 그레네이드 런처라고 수류탄형 탄두를 멀리까지 발사하는 무기다. 저걸 맞으면 몇 명은 날아갈 거다. 게다가 개는 후각이 예민하지. 잠복해봤자 금방 들통 날 거다. 저 자들은 습격해선 안 되는 자들이다." 다른 날. "장로님. 모토라도(주: 이륜차. 하늘을 날지 않는 것을 가리킴) 한 대가 나타났습니다." "음. 내게도 보인다. 관찰하고 보고해라." "네. 은색 탱크가 달린 모토라도입니다. 뒷바퀴 옆과 위에 여행용 짐이 실려 있습니다. 운전사는 검은 재킷을 입고 오른쪽 허리에 리볼버를 차고 있습니다. 아직 젊습니다. 저와 비슷한 또래입니다. 소년…, 아니! 저건 소녀입니다! 나이가 비슷한 저는 알 수 있습니다! 굉장히 예쁜 소녀입니다! 예쁘다아…." "흠. 확실히 듣고 보니 여자 같군. 눈이 커다란 게 제법 미인인걸. 그럼 저 모토라도는 우리 '사냥감'으로 적합할까, 아닐까? 골짜기에 있는 동료들에게 연락해서 습격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대답해 보거라." "간단합니다! 반드시 습격해야 합니다! 리볼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여자 한 명입니다! 굉장히 좋은 사냥감 아닙니까! 쉽게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당장 동료들에게 연락하도록 하죠. 저 모토라도는 비싸게 팔 수 있을 겁니다!" "안 돼. 0점이다." "어, 어째서입니까? 장로님. 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럼 가르쳐주마. 법률도 경찰도 없는 이 세계를 여행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우리 같은 산적이 언제 어디서 습격해도 이상할 게 없지." "그러니까 여자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는 더더욱 좋은 사냥감 아닙니까?" "그 반대다. 겉모습에 속아서는 안 된다. '혼자 여행하고 있다'는 것은 '혼자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래 보여도 저 소녀는 틀림없이 수많은 수라장을 헤쳐온 대단한 실력자일 거다. 모토라도 한 대를 위해 동료들을 몇 명이나 죽일 수는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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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노려야할 것은 자신이 강하다고 착각해서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섣불리 손을 대는 인간이다. 바로 지금 너처럼." "……." "너무 낙담하지 말거라. 너는 아직 젊어. 앞으로 많은 걸 배우면 된다." "네…. 그런데 장로님. 이렇게 사전에 망을 보는 것은 장로님이 습격 팀이 된 후부터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이건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다."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해내신 겁니까?" "으음…. 아주 오래 전 어느 날 있었던 일이다. 아직 젊었던 나는 다함께 일제히 지나가는 여행자를 습격했지. 작고 노랗고 다 망가진 차였지만…, 조금은 돈이 될까 해서…. 실실 웃는 젊은 남자와 길고 까만 머리카락을 지닌 미녀가 타고 있었지…." "둘 뿐이니까 멋지게 처리하셨겠죠?" "……." "장로님?" "……. 그, 그 자들은…, 무서운 악마였다…. 그그그그, 그 날…, 지, 지옥을…, 산지옥을 봤다…. 다시는 그런 일을 …, 되되되되, 되풀이해서는 아, 안 돼…." "장로님? 울고 계십니까?" "ㅡ도망쳐! 다들 도망쳐ㅡ!" "자, 장로님! 정신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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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의 나라 ㅡI Have Ever Seen Beforeㅡ "어서 오십시오, 여행자님. 그리고 모토라도님. 이 나라는 처음이십니까?" "네." "응." "그렇군요. 즐겁게 머물다 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럴게요." "그건 그렇고 조금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ㅡ." "네." "응?" "사실 저는 여행자가 올 때마다 관찰을 통해 여행 스타일을 고찰해서 국민들에게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여행자 관찰자'로 조금 이름이 알려져 있지요." "아, 네에…." "어떤 식으로?" "지금까지 관찰했던 다양한 여행자들의 정보를 떠올리며 고찰한 결과ㅡ." "네에." "흠흠." "먼저 V형 트윈 엔진 모토라도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32년 전에 이 나라를 찾아왔던 클라크라는 여행자와 같은 스타일입니다. 당신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네?" "오! 예리하군!" "뭘요! 이 정도는 간단합니다." "……." "그밖에는?" "흠. 그 오른쪽 허리의 리볼버." "후우." "그건?" "3년 전 이 나라를 찾아왔던 '자칼스'라는 이름의 떠돌이 용병단과 똑같습니다. 그들은 자동식을 싫어해서 늘 확실한 리볼버를 사용했죠. 당신은 그들의 콘셉트에 감명을 받은 것 같군요." "후우…." "음ㅡ. 이 아저씨 보통이 아닌걸." "별 말씀을. 그냥 쓸데없이 나이만 먹은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귀를 덮는 속대가 달린 모자 말입니다만." "후우…." "흠흠?" "21년 전 이 나라를 찾아왔던 '북방여우'단의 트레이드마크였지요. 그들의 와일드한 옷차림은 이 나라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당신도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군요."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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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너무 예리하시다." "하하하하!

 


키노는 익살스럽게 말을 건넨다.
“그건 아니야. 이 나라 사람들의 책임이야. 이 정도로 정리 잘된 나라에 아무도 살지 않다니, 건물에 대해서도 큰 실례야. 무례해.”
에르메스는 약간 분개하며 말했다.
키노와 에르메스가 편히 앉은 곳은 큰 교차점의 맨 중앙이었다.
돌층계의, 나란히 여러 대의 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넒은 길이 깨끗하게 사방으로 늘어져 있다. 길을 ! 따라 석재 건물이 틈이 없이 나란하게 있다. 모두 같은 형식의 4층으로 세워져 있고, 역사가 있을 것 같은 훌륭한 건물이었다.
그러나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빛 같은 것은 없다.
결국 키노와 에르메스는 반나절 이 마을을 헤매었고, 단 한사람도 볼 수가 없었다. 최근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조차도 없었다.
폐가를 들여다보는 것도 지쳐, 전망 좋은 장소에 앉았다. 왠지 한군데 돌층계가 완만하게  움푹 패어 있었다. 사람 손이 닿았던 것 같은 가로수의 마른나무를 모아, 그곳에서 불을 지폈다.
“고스트다운? “
키노는 점토 같은 비상식량을 손으로 잘게 떼어 중얼거렸다. 그것을 입에 넣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은 아니었다.
“내일은 어떻게 하지?”
간단한 식사를 마친 키노가 에르메스에게 물었다

"아직 못 가 본 데가 있어. 거기를 찾아보자"
"쓸 데 없이 헤맬 수 도 있어"
"뭐, 그것도 좋아"
키노는 짧게 대답하고, 가방에서 담요를 꺼냈다. 에르메스와 모닥불을 거리에 남겨둔 채 길모퉁이 처마 끝으로 걸어갔다. 인도에 담요를 깔아 앉았다. 그리고 투덜거렸다.
"부드러운 침대, 그리고 새하얀 시트가 있다면 좋았을 텐데…"
"불쌍하네. 덧붙이자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는 없어"
"아이구"
키노는 오른 허벅지에서 패스에이더를 뽑았다. 키노가 카논이라 부르는 단수동작식 리볼버. 그걸 쥔 채, 담요를 뒤집어쓰듯이 누웠다.
"이제 잘 거야?"
"어, 할 것도 없잖아. 경계 잘 해라. 잘자, 에르메스"
키노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일정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스트 타운의 밤은 조용했다. 가끔 거리에서
"아- 심심하다"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키노는 새벽에 일어났다. 부근 일대에 안개가 껴 있었다. 키노는 가볍게 운동하고, 패스에이더를 정비 훈련했다. 그리고 어제 저녁과 똑같은 메뉴를 아침으로 먹었다.
태양이 나타나 안개가 완전히 갰을 때 에르메스를 두드려 깨웠다. 일단 모닥불을 깨끗이 정리했다. 짐을 다 싣고 거기서 떠났다. 키노들은 어제 못 가 본 곳을 반나절 가량 돌아다녔다. 역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기색도 없었다. 그리고 나서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진 키노와 에르메스는 한낮이 되서야 겨우 큰 공원에 도착했다. 거대한 녹색 부지에 흰색의 납작한 돌을 깐 길이 이어져 있다. 모토라도도 당분간 돌아다녀도 넓어서 끝에 도착하지 못할 정도다. 여기서는 최근 사람 손이 간 모양이 없고, 나무들과 잔디밭은 뻗은 대로 있고, 못은 바싹 말라붙고, 화단의 꽃은 다 시들어 있었다. 키노들은 공원은 더욱 안으로 들어가 백악의 건물을 찾아냈다.

“이건, 대단한대. 굉장한 노력과 돈을 들여 만들었어. 매우 훌륭해”
에르메스가 감탄하며, 칭찬을 다했다.
키노와 에르메스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건물의 정면에 있었다. 눈앞의 그것은, 키노의 시야에 다 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 한결같이 호사스럽게 꾸며져있어, 건물의 끝에서 끝, 위에서 아래까지 아름다운 장식이 붙여져 있었다.
“원래는 왕궁이나 그런건가“
키노가 이마를 셔츠의 소매로 가볍게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태양은 제일 높은 곳에 있어서, 햇빛이 눈부시다.
“어쩌면. 그것도 꽤나 돈 있는 임금님이 살았던가봐. 뭐, 언젯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왕정(王政)이 없어지고 공원이 된 건지. ……누군가 역사를 알려줄 안내인은 없는 걸까?”
키노가 다소 비꼬듯 말하자, 에르메스도,
“맞아, 꼭 듣고 싶은데”
그렇게 투덜거렸다.

키노는 에르메스를 밀면서, 건물 안을 탐색해 나갔다.
몇십장이나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거대한 홀, 보통의 집보다 훨씬 넓은 욕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 등, 내장도 외장에 지지 않게 호화스러웠다.
그리고, 어디나 먼지투성이였다.
적당히 견학을 마친 키노와 에르메스는, 우연히 건물의 밖에 나왔다. 그곳은 테라스로 되어있어서, 광대한 뒤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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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로맨스소설추천강추 진주 사랑하는사람이생겼습니다

 

 

 

남주 이현

여주 남우

 

정말 베스트작품이에요 평가가 좋은 이유가 있네요

정말 강추합니다

여주는 대학생이고요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어요 남주는 대학교수고요

여줄랑 남주랑 좋아하는 사이가 되요

남주가 나이가 많고요 여주는 사랑에 대한 상처가 있어요

점차 관심이 사랑이 되고요

서로 사귀기로 해요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고

다가가려하고요

나중에 결혼까지 하려고 해요 근데 집에서 반대해요

여주집안과병때문에 결국 결혼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요

남주가 멋지고요 여주도 약한듯하면서 강해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멋진글귀도 나오고요

정말 베스트작품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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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잼나게 보고 있는 작품이에요 순정요소는 적지만요

아직 완결안난작품이고요

여주는 고아고요 남주는 아나운서에요 잘나가는

여주는 유치원교사가 꿈이고요 알바도 하고 있어요

남주는 형이 죽고 쌍둥이들을 맡아 키우고 있고요

여주가 남주집에서 알바를 하게 되요

그리고정이 들어요

여주한테 관심이 가게 되요 여주도 그렇고요

근데 아직 마음도확인을 안하고 11권까지가 나온거 같아요

갈길이 먼 작품이에요

빨리 러브러브해졌음 좋겠네요 잔잔하니 볼만하답니다

쌍둥이덜 보는맛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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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베스트 마츠모토토모 키스

 

 

 

전8권으로 완결난작품이에요 정말 유명하죠 저도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제가 중학생인가 고등학생때 봤던거 같아요

그림체도 좋고요 내용도 좋아요

남주는 피아노선생님이고요 여주는 제자에요

둘이좋아하는 마음이 생겨요 여주가 적극적으로 다가가요

그리고남주는 나쁜남자 ㅎㅎ

이런류의 남주가 넘 좋더라고요

피아노를 한 사랑이야기고요 달달하고요

정말 강추하는 작품이에요

다시 봐도 잼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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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위순정만화추천 모형정원의엔젤

 

 

 

전4권으로 완결난 작품이에요 나름 잼나요

수위도 있고요 ㅎㅎ

적당히 끝난거 같아요

남주는 인기모델이고요 여주는 남주팬이에요 남주는 모델할때랑 평소모습이 틀리고요

여주는 그런모습도 좋아하게 되요

남주는 여주를 밀어내고요 여주는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해요

나중에 남주도 여주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고요

둘이 사귀게 되요

남주를 위해 여주가 기다려주고요

나중에 다시 만나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요

나름 볼만하고 잼나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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